“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소규모 사업장의 생존과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입니다. 이번 9월 정기국회에서 (법 시행 유예 등이) 민생 법안처럼 논의되고 처리될 수 있도록 여야가 뜻을 모아야 합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서울경제신문의 중대재해법 관련 창간 기획 보도 이후 자청한 인터뷰에서 “중대재해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법은 내년 1월 27일부터 5~49인 근로자 사업장(공사 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 현장 포함)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 이 경우 대상 기업은 기존의 5만여 곳에서 68만여 곳으로 13배나 늘어난다. 산재 사망 사고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업주가 그만큼 많아진다는 의미다. 김 회장은 “50인 미만 기업 상당수는 아직 중대재해법 대비를 못 하고 있다”며 “최소 2년 이상 유예 기간이 연장돼야 한다”고 국회와 정부에 호소했다.
김 회장도 근로자가 안전한 일터에서 일하도록 하자는 법 제정에는 공감을 표했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이 중대재해법에 대한 준비가 아직 덜 돼 있어 이대로 확대 시행이 이뤄질 경우 범법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소규모 사업장 사업주는 제품 개발부터 영업까지 혼자 맡고 있는 경우가 많아 법에 대비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중대재해법 처벌의 핵심 판단 기준인 (고용노동부의) 위험성 평가도 불과 석 달 전인 5월에 개정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위험성 평가는 사업장 스스로 위험 요인을 찾아 고치는 자기 규율 예방 체계다.
중기중앙회는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중대재해법 설명회만 32회나 열었다. 하반기에도 30회를 더 열 계획이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중소기업이 중대재해법을 제대로 준비하고 있다고 확신하지 못한다. 그는 “소규모 사업장은 사업주의 역할이 절대적이어서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사업주가 구속되거나 징역형을 받으면 폐업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대로 법이 시행되면 매년 수백여 개의 중소기업이 문을 닫고 그만큼 근로자의 일자리도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고용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0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 사망 사고는 381건이나 발생했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이 중대재해법 대비에만 매달릴 수도 없다. 고질적인 인력난과 경영 불안에 시달리는 탓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경영 체력도 상당히 쇠약해진 상태다.
김 회장은 최근 만난 한 도금 업체 대표가 폐업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하소연을 잊지 못한다. 도금 업체 중에서 규모가 꽤 큰 편에 속하지만 입사를 원하는 청년들이 없어 직원 절반을 외국인 근로자로 겨우 채웠다. 그는 “대표는 ‘인력난도 해결 못 하는데 도대체 안전 업무 담당자를 어떻게 뽑겠느냐’고 답답해하더라”면서 “여기에 중대재해법 문제까지 겹치자 내년에는 사업을 접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더라”며 안타까워했다.
김 회장은 정부와 국회가 중소기업에 대한 산업재해 예방 지원 확대를 서두르고 중대재해법 적용을 일시 유예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개정안은 고작 6건 발의됐다. 그나마도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3건은 법 적용 범위를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넓히고 현장 실습생까지 대상에 포함하는 등 더 강력한 규제를 담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발의한 기업 예방 지원 강화와 중대재해법 위반 기준 명확화 같은 내용을 포함한 3건의 개정안도 본회의 통과가 난망하다.
김 회장은 “중대재해법처럼 사업주 개인을 특정해 과도한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법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규제일 것”이라며 “법이 안착하려면 처벌보다 예방에 중점을 두고 안전 교육, 컨설팅 등 산재 예방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