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 자금이 중국에서 인도·베트남 등 아시아 신흥국 증시로 옮겨가고 있다. 중국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데다 미국과의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하는 등 투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외 ‘큰손’들이 대체 투자처를 찾아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까지 최근 1년간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 증시로 390억 달러(약 50조 300억 원)의 해외 자금이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같은 기간 홍콩을 경유하는 스톡커넥트를 통해 중국 본토 증시로 유입된 자금(320억 달러)을 훨씬 웃돈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에 중국보다 더 많은 해외 투자금이 몰린 것은 2017년 이후 6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불확실성이 모두 커지는 중국에서 발을 빼는 해외 투자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달 청년 실업률이 21.3%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가계소비 부진으로 인한 내수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과 서방 간 갈등도 부담이다. 마쓰모토 히로시 픽테투자자문 선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처럼 중국 본토에 대한 투자가 동결되거나 매각이 어려워질 위험이 있다”며 “특히 서구 투자가들에는 대만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악재”라고 말했다. 대(對)중국 투자 성적이 부진한 점 역시 자금 이탈을 부추긴다. 중국의 비중이 큰 MSCI 신흥국(EM)지수는 올해 들어 9% 오르는 데 그쳤는데 중국을 제외하면 상승률은 14%에 이른다.
반면 글로벌 기업들의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꼽히는 인도·베트남 등은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으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도의 대표 지수인 센섹스는 이달 6만 75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인도 증시에 대한 해외 투자는 128억 달러로 대만(93억 달러), 한국(83억 달러) 등을 웃돌았다. 베트남 증시에도 해외 자금이 몰리면서 VN지수가 연초 대비 21% 넘게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