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국내 건설 현장에서의 감리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과 인력 규모가 해외와 비교할 때 미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1일 서울시와 건설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공사 현장과 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 건설 현장의 경우 각각 공사 인력 3명 및 7명당 감리 1명을 뒀다. 하지만 국내 롯데타워의 경우 공사 인력 10명당 감리 1명, 이순신대교는 이보다 많은 공사 인력 23명당 감리 1명을 뒀다. 해외 건설현장에서 근무했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나 해외나 감리의 역할 및 권한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감리 인원이 국내보다 훨씬 많았으며 그들 중 대부분이 공사 현장에서 숙식을 하며 상주했다는 점이 달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공사 규모에 따라 상주해야 할 감리의 숫자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싱가포르 건설청(BCA)에 따르면 750만 달러 이하의 공사장에서는 상주 감리나 상주 기술 책임자 1명을 둬야 하며 공사 규모에 따라 최대 2명의 상주 엔지니어와 3명의 상주 기술 책임자를 둬야 한다. 특히 해외 선진국의 건설 현장에서 감리자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문제의 소지가 발생할 경우 공사 중지 명령 권한도 적극 행사한다.
국내 감리제도 자체가 시공에 국한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원도급자의 직접 시공 비중이 높은 미국은 시공자가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공사에 대해 감독(감리) 역할까지 맡도록 하고 있다. 영국도 건축주가 공사 관리를 총괄할 전문 업체를 선정하거나 자체적으로 감리 업무를 수행한다. 독일은 건축설계사가 감리 업무를 맡도록 하며 일본 역시 민간 공사는 설계자가 감리까지 담당하록 하고 있다. 설계도서 내용대로 시공되는지 감독하도록 해 설계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감리의 역할이 시공에 국한되다 보니 책임 소재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지난달 열린 제2차 건설안전혁신포럼에서 안홍섭 건설안전학회장은 “국내 법에서는 발주자가 져야 할 책임을 감리자가 지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감리자에게 벌칙과 벌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관리하는 상황”이라며 “감리의 책임 체제를 개선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