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기업대출’ 영업 열 올리는 은행…"연체율 오르면 시스템 리스크 우려"

■7월, 4대銀 잔액 6조 증가

가계대출 감소에 "여신 유지"

영업조직 정비 등 '드라이브'

올들어 7개월동안 30조 늘어

중기 0.51% 등 연체율 상승

경기 악화땐 건전성에 부담

/연합뉴스/연합뉴스




4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7개월 연속 늘면서 올해 들어서만 30조 원 넘게 증가했다.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늘어난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계대출이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16개월 연속 감소하자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한 영향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기업 연체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 급증한 기업대출이 금융 시스템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606조 9415억 원으로 6월 말보다 6조 745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그간의 증가세를 멈추고 감소했던 기업대출 잔액은 올 들어 7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지난해 말 대비 30조 4253억 원이나 늘었다.



기업대출 잔액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이후 금리가 급등하면서 자본시장에서 조달이 여의치 않은 기업들이 은행 문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자금 수요와 맞물려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기업대출 영업을 강화하는 것도 기업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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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과 대출 거래를 하고 있는 기업(대·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포함)은 총 27만 8949곳으로 지난해 말(28만 1096곳)보다 2147곳이 감소했다. 은행별로 1000곳 정도 대출 거래 기업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A 은행만 유일하게 대출 거래 기업 수가 증가했다. 은행권에서는 A 은행이 지난해부터 기업영업 조직을 정비하는 등 기업금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는 A 은행의 올해 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타 은행들도 기업영업 강화가 중요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은행의 기업금융 담당 고위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줄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적어도 기존 여신 규모를 유지해야 수익이 악화되지 않는다”며 “기업대출 영업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업대출 연체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43%로 지난해 같은 기간(0.27%)보다 0.16%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 연체율이 0.51%로 같은 기간 0.22%포인트나 올랐다. 반면 은행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더 완화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3분기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는 3으로 지난 분기 0에서 높아졌다. 대출태도지수는 숫자가 높을수록 은행들의 대출 태도가 완화됨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경기가 악화돼 연체율이 추가로 더 올라가면 늘어난 기업대출이 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5월 세계부채 보고서에서 최근 1년간 한국의 기업 부채비율이 34개국 중 네 번째로 많이 늘었음을 지적했다. 한은도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시장금리 상승으로 총이자비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기업 전반의 채무 상환 능력이 저하됐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 시중은행의 기업영업 담당자는 “현재는 문제가 없는 기업이라도 경제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경우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심사는 물론 관리 필요성에 대한 주문도 강화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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