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초전도체 열풍






영화 ‘아바타’에는 ‘판도라’라는 행성 곳곳에 거대한 산이 둥둥 떠 있는 장면이 나온다. 이 산은 언옵테늄이라는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영화는 언옵테늄을 얻기 위해 인간들과 판도라 원주민인 나비족이 벌이는 전쟁을 그렸다. 판도라 행성의 언옵테늄을 학계에서는 초전도체라고 부른다. 전기 저항이 0인 초전도 현상과 자기장을 밀어내는 ‘마이스너 효과(Meissner effect)’를 동시에 일어나게 하는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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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체는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헤이커 카메를링 오네스가 처음 발견한 후 인류의 삶을 바꿀 ‘꿈의 물질’로 불려왔다. 그러나 영하 200도 이하의 극저온이나 대기압 수백만 배의 초고압에서만 초전도 현상이 일어난다는 게 문제였다. 이후 수많은 과학자들이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20년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진은 섭씨 21도에서 대기압 1만 배의 압력으로 상온 초전도 현상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검증되지 않아 논문을 철회했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0인 만큼 전력 손실과 발열이 없어 전기 산업에 일대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전력 손실이 없으니 지구 전체의 전력망 구축도 가능하다. 마이스너 효과를 이용해 초고속 자기부상 열차와 고효율 에너지저장장치를 만들 수도 있다.

최근 고려대 창업 기업인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이석배 대표와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상온·상압 초전도체인 ‘LK-99’를 개발했다고 밝혀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한강공원 세빛섬이 하늘에 떠 있는 모습을 묘사한 ‘세빛둥둥섬’, ‘LK-99 등장에 당황한 챗GPT’ 등 밈 놀이가 유행하고 있다. 초전도체 관련 주식도 연일 상한가다. 세계 과학계도 LK-99 재현에 나서는 등 검증에 한창이다.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 성공을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차분한 검증이 필요하다. 어쨌든 신소재 개발의 엄청난 파급력을 체감한 만큼 소재 분야의 초격차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김능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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