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연말 자금 대이동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퇴직연금 부담금을 8월·10월·12월 나눠 내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다른 민간 금융회사들도 만기 다변화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감원은 3일 서울 여의도에서 금융투자협회·은행연합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저축은행중앙회·여신금융협회 및 주요 금융회사 퇴직연금 담당 임원 15명과 간담회를 열고 연말 퇴직연금 쏠림 현상을 막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가 주최한 퇴직연금 관련 시장 안정 간담회의 후속으로 마련됐다.
이명순(사진)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기업의 퇴직연금이 관행적으로 12월에 집중 납입되면서 매년 연말에 금융회사 간 과도한 적립금 유치 경쟁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금리가 상승했다”며 “금감원은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부담금의 50%를 8월과 10월에 25%씩 분납하고 연말에 나머지 절반을 납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금융회사들도 퇴직연금 분납과 기존 적립금의 만기 다변화에 적극 동참해 달라”며 “기업의 상품 선택권 확대, 적립금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위해 올해 말까지 다양한 만기의 상품을 개발·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감원이 업계에 이같이 주문한 것은 신규 부담금 납입과 기존 적립금 만기가 연말에 집중되면서 시장에 잠재 불안 요인이 누적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에는 다른 금융회사의 퇴직연금 상품 금리를 확인한 후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이른바 ‘커닝 공시’가 횡행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달 올 해 총 퇴직연금 부담금의 40% 이상을 두 차례 이상 분산·분납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당국은 공공기관·대기업에도 부담금 분납을 권고할 예정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금융회사 임원은 “부담금 분납 시 연말뿐 아니라 월말 집중도 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퇴직연금 규모는 2017년 말 168조 4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335조 9000억 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