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대처해 전 세계가 선언한 탄소 중립은 우리나라의 경우도 그랬듯이 대개 2050년이 목표 시기다. 앞으로 26년 남짓이면 탄소 중립을 이뤄야 한다. 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이 줄곧 늘어난 지난 26년을 생각하면 획기적인 탄소 저감 노력과 성과가 과연 가능할까 의구심이 든다.
자동차 부문에서 탄소 중립의 중심 역할은 배터리 전기차가 담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최근 전기차 성장세가 주춤거리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배터리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맞물려 적절한 가격에 배터리 화재도 적고 연비 성능이 좋은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가 더욱 증가하는 현상과 대비된다. 탄소 중립을 위한 전 주기 평가상의 탄소 저감 성능과 자동차 동력계통의 가격 경쟁력 혹은 경제성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탄소 중립 시나리오(Net Zero Emission·NZE) 역시 2050년을 목표로 두고 신재생에너지·전기화·효율화·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 활용 및 저장(CCUS), 생활 방식 변화, 수소, 원자력과 연료 전환 등 8가지 중추기술 개발을 촉구하고 있다.
탄소 중립 시나리오의 마지막 장은 탄소 중립을 이루기 위한 경제·에너지산업·시민생활·정부정책 등 전방위적 관련성과 영향을 다루고 있는데 이 중 마지막의 국제 협력이 주목할 부분이다. 국제 협력이 미진할 경우에는 2050년이 목표인 탄소 중립이 2090년이 돼서야 가능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핵심적인 역할은 정부 간 협력임을 명시하고 있다.
다양한 국제 협력을 통한 비용 절감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보교환과 해당 기술 혹은 시장의 규모 확대가 필수적이다. 표준화를 통한 무역과 경쟁력 강화도 도모해야 한다. 국제적인 혁신 기술 전파와 확산도 중요하며 탄소 중립 청정에너지 기술 관련 특허가 선진국 일부에 집중된 현실을 넘어 전략적인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 이산화탄소 제거(Carbon Dioxide Removal·CDR)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투자와 인증에 대한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며 토지 이용, 신재생에너지 개발, 저장 자원 등에 관한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탄소국경조정제도 역시 국제적인 합의 아래 가능하다.
에너지 공급과 교환 면에서 섬과 같은 위치에 있는 우리나라는 국제 협력이 더더욱 중요하다. 배터리를 비롯해 청정에너지 기술에 필요한 희토류와 귀금속, 일반 금속 등 물질 자원의 공급망이 에너지 안보의 관건이 된 상황에서 일부 지역과 국가에 집중된 자원 공급망 확보는 미래 탄소 중립 시대의 핵심 외교 사안이 될 것이다. 편중된 신재생에너지 자원의 이송과 배분 역시 우리에게 큰 숙제다.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서 만들어진 값싼 무탄소 청정 전기로부터 수소를 만들어 들여오거나 이로부터 에너지밀도가 높은 액체 합성연료를 만들어 이송하는 것은 에너지 다변화와 경제성 확보에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