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에 이어 마라가 젊은 세대를 강타했다. 유례 없는 폭염이 지속되며 오히려 매운 맛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소비가 늘어나며 마라 열풍이 불고 있다. 이에 식품 업계는 1030세대를 공략하는 ‘마라맛’ 상품들을 연이어 출시하며 인기 몰이에 나섰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떡볶이 브랜드 동대문엽기떡볶이가 지난 달 20일 출시한 신메뉴 ‘마라떡볶이’는 초도물량을 모두 판매한 뒤 이달 초부터 판매를 재개했다. 하지만 마라떡볶이는 점포 별로 품절 현상이 발생하며 주문이 어려운 상황이다.
신조어 ‘마부심’·'마세권'·'혈중 마라농도'…SNS 타고 날아온 ‘마라 열풍’
마라의 인기는 마라탕부터 시작됐다. 한자로 ‘마(麻)’는 마비, ‘라(辣)’는 맵다는 뜻으로 ‘얼얼하게 매운 맛’을 뜻한다. 마라탕은 중국 쓰촨 지역에서 시작된 요리로 고추, 산초, 초피나무 열매, 정향 등 다양한 향신료로 맛을 낸다. 고기와 해산물, 채소, 두부 등의 재료가 들어가지만, 자극적인 맛과 기름진 음식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마라탕 인기가 치솟으며 ‘방과 후 먹는 음식’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동대문엽기떡볶이의 마라떡볶이는 소셜네트워크상(SNS)에서 이른바 ‘핫템’으로 등극했다. 매운 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 잡은 데다가 자극적인 맛 대결 등으로 자신의 ‘맵부심(매운 것을 잘 먹는 자부심)’을 드러내며 일종의 ‘챌린지’마저 등장했다. 특히 경기 불황에 지루한 일상 속 스트레스를 풀기 원하는 소비자들이 자극적인 맛을 찾아 나서며 ‘마라’의 변신은 무한대로 진행 중이다.
SNS 상에는 ‘혈중 마라농도(혈중 알코올농도에 빗댄 말)’, ‘마세권(마라 음식점 인근 역세권)’, ‘마덕(마라덕후)'등 관련 단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외에도 ‘마라떡볶이를 먹어 보니’라는 게시글부터 ‘마라떡볶이 맛있게 먹는 법’, ‘잘 어울리는 토핑’ 등의 글들이 올라와 있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인증샷을 올리는 등 1030세대의 입소문을 탔다.
분식 전문브랜드 떡참(떡볶이 참 잘하는 집)은 지난 달 말 하이디라오 소시를 넣은 마라떡볶이가 포함된 마라시리즈 4종을 선보였다. 이 시리즈는 마라떡볶이 외에도 마라로제떡볶이, 우유튀김, 가지 튀김으로 구성됐다. 이 외에도 배떡은 마라로제떡볶이를, 우리할매, 청년다방, 삼첩 등 분식 브랜드에서도 마라떡볶이와 관련된 신규 메뉴를 추가해 판매 중이다.
떡볶이·김밥 분식 이어 베이커리·치킨까지…'마라 음식' 무한 확대
마라떡볶이의 인기는 마라김밥, 마라비빔면, 마라족발 등 음식 외에도 베이커리까지 확대됐다. 음식 이름 앞에 ‘마라’가 붙기만 하면 불티나게 팔리는 흥행보증수표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는 여름 시즌을 맞아 이열치열을 주제로 ‘마라페어’ 베이커리 3종을 지난달 31일 출시했다. 소세지빵과 크로켓, 찹쌀떡을 마라 특유의 얼얼하고 매콤하게 풍미를 재해석한 베이커리다.
BBQ는 ‘마라핫치킨’에 이어 마라 맛을 내는 ‘마라다떡볶이’를 출시했고, BHC치킨은 마라샹궈를 치킨에 접목한 ‘마라칸치킨’을 판매 중이다. 이삭토스트는 마라토스트 등을 선보이며 매운 맛 잡기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K-마라' 방식으로 특화된 마라탕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며 식품 업계에서는 해외로 역진출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면서도 “자극적인 맛을 계속 찾다 보면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