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면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오피스텔까지 쫓아가 성폭행을 목적으로 잔혹하게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의 자필 상고이유서가 공개됐다. 그는 “언론과 여론의 물타기에 과도한 형을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11일 법원 등에 따르면 살인미수 등 혐의로 지난 6월 부산고법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이씨는 한 달여 만인 최근 대법원에 상고 이유서를 제출했다.
피해자 변호사가 공개한 이씨 상고 이유서에는 "3심 상고심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면서도 "부모님께서 끝까지 해보는 게 낫다고 말씀하셨고 미심쩍은 부분도 있다고 하셨다"라고 적혔다.
A씨는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살인과 강간의 고의 등 혐의를 부인하고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우발적인 범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사건 당시 정신질환 약을 먹고 술에 만취한 상태여서 환청을 듣고 순간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일 뿐 살인 고의는 없었다"며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흉기 등을 소지하지 않았다. 범행 장소에 CCTV가 있고 조명이 밝은 상시 개방된 곳인 점을 고려하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한 재판부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성폭행 의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씨는 “7분 가량 있다가 (사각지대에서) 나오는 것에 많은 의문과 의혹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나는 성폭행 등 성범죄를 하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처음부터 성폭행을 목적으로 가지고 있었다면 CCTV에 나오는 장면처럼 폭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성폭행이 목적이었다면 나는 무조건 성폭행을 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성폭행이 목적이었다면 7분 안에 충분히 성폭행을 할 수 있었다는 취지다.
또 항소심 과정에서 검찰이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한 점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씨는 “기존 공소사실보다 법정형이 무거운 강간살인미수의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방어권 행사에 중대한 불이익을 초래했다”며 “1심에서 12년 형을 선고 받은 것도 부당하고 무겁다고 생각했다”고 답답해 했다.
또 언론을 원망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자극적이고 걸러지지 않은 내용들"이라며 "피고인 주변인이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인터넷BJ 등)의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재판 내내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됐고 압박감을 받아왔다. 허위 사실을 퍼뜨린 것"이라고 억울해 했다.
그는 출소 후 피해자를 찾아가 보복하겠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앞서 이씨와 함께 구치소에 있었다는 유튜버는 “이씨가 나가서 피해자를 찾아가서 죽여버리겠다고 2주간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씨는 “피해자에게 보복할 마음과 이유, 여유가 없다”며 “동료 수감자라고 하는 유튜버는 원래 없는 말을 지어내 하는 방송 콘텐츠를 많이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2심 재판부가 언론·여론 등에 잘못된 내용들을 바로잡지 못하고 의식을 많이 해서 제대로 된 재판을 못 받았다"며 "나이 32살에 20년 징역은 너무 많다. 무기징역과 다름없는 형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신의 형량이 과도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자필로 11쪽의 상고이유서를, 자신이 직접 그린 범행 당시 약도 등 2장을 첨부했다.
피해자 측은 이와 관련해 "사실상 항소심의 재판 결과를 전면으로 부인하는 취지의 상고 이유서"라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 변호인은 "피고인이 사실상 본인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조금 강한 분노를 넘어 공포심마저도 느낀다"며 "피해자는 여전히 심정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