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미국 초장기 국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꾸준한 가운데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국내 ETF보다 더 담은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 ETF는 국내와 달리 환율 변동에 그대로 노출돼 있기 때문에 지금 같은 환율 상승기에 환차익을 추가로 누릴 수 있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1주일(8월 4일~11일) 동안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는 미국 국채 30년물의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20+ 이어 트레저리 불 3X 셰어스(티커명 TMF)’였다. 개인들은 이 기간 동안 1억 2913만 달러(한화 약 1720억 원)를 순매수해 직전 1주일(7월 27일~8월 3일)의 6087만 달러 대비 2배 넘게 많은 규모를 사들였다.
미국 장기채에 커버드콜 전략을 구사하는 ‘TLTW’, TMF의 정방향 1배 상품인 ‘TLT’도 각각 순매수 규모 3위(3697만 달러·한화 약 492억 원), 5위(2456만 달러·한화 약 327억 원)에 올랐다. 3종 ETF의 총 순매수액은 2539억 원에 달한다. 커버드콜은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장기채(기초자산)를 사는 동시에 하락을 일정부문 방어하기 위해 자산을 일정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만 파는 전략이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상장된 미국 초장기채 ETF 7종(인버스 상품 제외)은 총 1558억 원어치 사들이는 데 그쳤다. 직전 1주일(5252억 원)과 비교해 70% 가량 급감한 수치다.
미국 초장기채에 대한 투자는 미국이 연내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힘입어 연초부터 꾸준히 이어져왔다. 최근에는 신용평가사 ‘피치’사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여파로 장기채 가격이 급락하며 저점 매수세도 대거 유입됐다.
그 가운데서도 개미들의 투자 수요가 최근 며칠 새 해외 상장 ETF로 쏠린 것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두 달여만에 최고치를 찍는 등 급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상장된 초장기채 ETF 7종은 모두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제거한 이른바 ‘환헤지(H)’ 상품으로, 환율 하락기엔 손실을 방어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환차익을 누릴 수 없어 수익률이 제한된다. 반면 해외 상장 ETF는 환율 변동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승기에 ETF 자체 수익률과 환차익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하반기로 갈수록 원·달러 환율 하락 전환이 우세하다고 보고 있다. 상황이 뒤바뀔 수 있는 만큼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한국 경제가 대외 부문을 중심으로 개선되며 원화 강세를 지지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은 연말까지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