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유력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네 번째 기소 위기에 처했다. 이와 별도로 미국 하원에서는 차남의 범죄 의혹을 빌미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 차기 미국 대통령 후보들을 둘러싼 미 정치권의 사법 전쟁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1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지아주 선거 개입 의혹에 정통한 제프 덩컨 전 조지아주 부지사와 언론인 조지 치디가 15일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대배심의 증인 출석 명령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배심 소집은 조지아주 검찰이 2년 6개월의 수사를 마무리 짓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요청한다는 의미다. 미국에서는 중범죄 피의자를 기소하려면 마지막으로 대배심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에서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현 대통령)에게 1만 1779표 차로 패배하자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해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1만 1780표를 찾아내라”고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사건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좌진을 비롯해 20여 명이 개입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그는 이미 성 추문 입막음, 국가 기밀문서 누출을 비롯해 이번 사건과 유사한 대선 뒤집기 혐의로 세 차례 기소됐다. 또 기소가 이뤄지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 4개에 달하는 형사재판에 넘겨진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판 시기가 내년 미국 대선에서 커다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뒤집기 혐의로 기소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연방법원에 재판 개시일을 내년 1월 2일로 제안했는데 이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되는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를 2주 앞둔 시점이라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인 헌터 바이든과 관련한 수사 외압 의혹 등을 제기하며 바이든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레그 스투비 하원의원(공화·플로리다)은 “바이든 범죄자 가족이 ‘조 바이든’ 직책을 활용해 뇌물 수수, 협박, 사기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이익을 취했다는 증거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탄핵안까지 발의했다.
이 사안과 관련해 미 법무부가 헌터 바이든과 관련된 검찰 수사를 특검 체제로 전환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헌터 바이든은 앞서 검찰과 유죄 인정 협상을 벌였으나 법원이 보류한 바 있다. CNN은 “헌터 바이든에 대한 특검 수사는 수개월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새로운 장애물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