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뒤흔든 전세사기에 세종도 예외가 아니다. 한 부부가 갭 투자로 900채 이상의 주거용 오피스텔을 사들인 뒤 전세를 냈다가 계약 만기 이후에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사건의 피해자 가운데 절반이 저연차 사무관으로 드러난 것이다. 오죽하면 신임 공무원들이 행정고시 합격 이후 연수원 생활에서 귀가 따갑도록 들은 것 중 하나가 “세종 오피스텔 중 집주인 이름이 XXX인 경우 전세 계약을 절대 하지 마라”는 경고였다고 한다. 집값의 급등락이 심한 세종의 특성상 예견된 사고라는 평가도 나온다.
15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중앙 부처 곳곳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국세청뿐 아니라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도 나왔다. 심지어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 사무관 모두가 전세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사무관들은 “전세사기를 당하니 눈앞이 막막하다”면서도 “법적인 대처를 하려 해도 업무가 워낙 바빠 대응할 틈이 없다”고 토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인근 P오피스텔이 사건의 진앙지로 꼽힌다. 거래를 주선한 공인중개사는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으니 차라리 집을 사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황당한 제안까지 했다. 어쩔 수 없이 오피스텔을 사들인 피해자도 적지 않다. 중앙 부처의 한 과장은 “공부만 했고 사회 경험이 없는 초년생이라서 별다른 의심 없이 계약을 했던 것 같다”며 “객지에서 사기까지 당했다니 안쓰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주택 가격 널뛰기가 심한 세종의 특성을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 변동성이 크다 보니 갭 투자 등 실수요보다는 투기를 노린 이들이 세종에 모여들었고 이번 전세사기도 이런 배경에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세종시는 최근 3년간 공시가격 변동폭이 105%를 넘길 정도였다.
피해자들은 오픈 채팅방 등을 만들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세종시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1.2~2.1%의 금리로 최대 1억 6000만 원까지 전세자금을 대출해주는 전세사기 피해 조사 및 긴급 대책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