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저출생? 문제는 가족제도에 있다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교육·주거 등 다방면 지원에도

연 혼인건수 20만 이하로 추락

여성 경제활동 늘어 결혼 급감

비혼 가정도 가족 인정 나서야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김영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초저출산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합계 출산율인 1.6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0.78명이 지난해 우리나라의 성적표다. 이대로 50년이 지속되면 만 65세 이상 노령 인구가 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한다. 반만년 역사를 자랑해온 한민족의 소멸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정부가 교육, 주거, 일·가정 양립, 양육비 지원 등 다방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속수무책인 영역이 하나 있다. 바로 혼인의 급격한 감소세다. 30만 건 이상을 유지해온 우리나라의 연간 혼인 건수는 단 10여 년 새 20만 건 이하로 추락했다. 2000년 13.4%에 그치던 30대 미혼율 역시 2020년 3배인 41.8%까지 올라섰다. 만혼화와 비혼화 추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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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청년층은 왜 결혼을 외면하는가. 가장 명확한 단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2000년 20대 후반 여성의 고용률(54%)은 남성 고용률(78%)에 턱없이 뒤처졌다. 하지만 이후 여성 고용률은 꾸준히 증가해 2017년 남성을 추월했다. 지난해 20대 후반 여성 고용률은 74%로 남성 고용률(69%)을 무려 5%포인트가량 앞섰다.

근대사회의 혼인 제도는 이성 간의 애정을 전제로 하나 여전히 경제적 분업에 기초를 둔다. 남성은 가정의 주 수입원 역할을 하고 여성은 남편에 대한 내조와 자녀의 양육을 미덕으로 여긴다. 남성이 경제적 기반의 원천이기에 여성은 남성의 대가족에 편입돼 여러 대소사를 챙긴다. 대신 혼인 과정에서 형성된 재산에 대해서는 공동의 소유권이 인정된다. 여성의 경제력이 남성을 넘어선 작금의 청년층에게 이러한 결혼 제도는 낯설고 기이하기만 하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진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청년층의 결혼 기피는 하나의 현상이 됐다. 혼인보다는 비혼 동거(cohabitation)에서 가정이 출발하는 게 일반적이다. 비혼 가정은 혼인과 달리 각자의 소득과 재산을 인정하는 부부별산제를 원칙으로 한다. 가사와 양육에 있어서도 동등하게 역할을 분담한다. 상대 가족과의 친인척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니 당사자 간의 관계에 보다 집중한다. 출산 역시 비혼 출산(out of wedlock birth)이 대세다. 1970년 단 7.4%에 그치던 OECD 평균 비혼 출산율은 지난해 42%를 넘어섰다. 영국과 프랑스 등 절반을 넘어선 국가들도 수두룩하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경제성장과 함께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역시 압축적으로 진행됐다. 이렇게 경제적 기반이 급변하면서 전통적인 사회 문화와 부조화 및 갈등을 일으키는 게 현주소다. 오늘의 청년층에게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법률혼만을 강요한다면 이들이 가정을 꾸릴 기회는 더욱 요원해질 뿐이다. 이제라도 비혼 가정을 가족 제도의 한 축으로 삼아 대안적인 가정 형성을 촉진해갈 필요가 있다. 출산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상호 신뢰에 기반한 가정이 꾸려질 때 그 가정의 부산물이 출산이다. 저출생 문제는 가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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