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밀반입한 마약류 진통제 ‘거통편(去痛片)’을 국내로 들여와 유통한 30대 여성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중국에서는 해열제로 쓰인다”며 치료 목적으로 들여온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 김동진 판사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3)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또 약물 중독 재활 교육 프로그램 40시간을 이수하라고도 명령했다.
중국 국적인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향정신성의약품인 ‘거통편’을 국내로 밀반입해 국내에 체류하는 중국인과 탈북민들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거통편 약 600정을 중국에서 주로 쓰는 소셜미디어인 위챗을 통해 네 차례 판매했다. A씨가 거둔 이익은 18만7000원으로 조사됐다.
거통편은 중국과 북한에서 진통제로 사용되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마약 성분인 페노바르미탈이 함유돼 장기 복용하면 불면증과 침울감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국내에선 향정신성의약품과 마약으로 분류된다. 이를 가지고 있거나 거래·투약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한편 A씨는 계속해서 무죄를 주장했다. 코로나가 성행해 해열제와 진통제가 부족한 상황일 때 거통편을 치료 용도로 중국에서 구매했으며, 마약인 줄 몰랐다는 취지다.
그러나 김 판사는 “피고인이 거통편이 마약의 일종인 점을 몰랐다는 것은 단순한 법률의 부지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피고인의 무죄 주장은 적절한 것이 못 된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김 판사는 “마약류 범죄는 환각성으로 인해 한국 사회에 미치는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사법부 등 국가기관은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에서는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도 거통편을 해열제의 용도로 구입해 복용하는 생활양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판매한 수량이 많지 않고 이를 통해 취득한 경제적 이익도 그다지 크지 않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중국과 북한에서 진통제로 통용되는 거통편이 국내에서 문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6일에는 수도권 한 중국 식품점에서 약 5만정의 거통편과 또 다른 마약류인 ‘복방감초편’을 밀수해 판매해온 부부가 적발돼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해외에서 약으로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국내에서 마약으로 분류되는 약품들을 잘 구분하고 구매와 투약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