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615개 코스피 상장사들이 올해 상반기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절반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 거래소가 출범한 2005년 이래 최대 이익 감소 폭이다. 매출은 물가 상승에 31조 원 늘었지만 대표적 수익 지표인 영업이익률이 4.4%포인트나 떨어졌다. 반도체 업황 부진에 우리 수출과 직결된 중국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부침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615곳의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1390조 5477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지난해 상반기보다 2.28%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53조 108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45%나 감소했다. 순이익도 57.94% 줄어든 37조 6886억 원을 기록했다. 사실상 역대 최고 수준의 이익 감소 폭이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과 순이익률은 각각 3.82%와 2.7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포인트, 3.88%포인트 낮아졌다. 1000원인 제품을 팔았다고 할 때 원가·인건비 등을 뺀 영업이익은 38원이고 세금 등을 낸 후 기업이 실제로 손에 쥔 돈은 27원에 불과했다.
개별 기준(704개사)으로 살펴보면 부진의 폭은 더 깊다. 상반기 매출은 719조 5434억 원으로 전년보다 2.9% 줄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같은 기간 각각 74.05%, 14.97% 감소했다.
매출 비중의 11.38%를 차지하는 삼성전자(005930)와 영업손실이 가장 큰 한국전력(015760)을 제외해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두 기업을 뺀 매출은 0.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3.42%, 21.94% 줄었다.
코스피 기업의 실적 한파는 반도체 수요 감소로 대표 상장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가 부진했던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 감소율이 95.36%에 달했다. SK(034730)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6조 2843억 원의 적자를 보면서 한국전력공사(8조 4499억 원)에 이어 영업이익 하위 2위를 기록했다. 현대차(005380)·기아(000270)를 제외하면 상장사 대부분의 영업이익률도 악화했다. 전체 상장사 가운데 영업이익률이 30%가 넘는 기업은 5곳뿐이었다.
상장사 전반적으로 흑자 기업은 줄고 적자를 낸 기업들이 늘었다. 615개사 중 순이익 흑자를 거둔 기업이 469곳(76.26%)으로 26곳 감소했고 적자 기업이 146곳으로 늘었다. 17개 업종 중 영업이익이 증가한 분야는 기계(62.02%), 비금속광물(26.71%), 운수장비(84.71%), 유통(2.56%), 통신(3.26%) 등 5개에 불과했다. 적자 전환 기업 중 SK하이닉스가 5조 5733억 원의 손실을 보며 부진이 가장 깊었다. 이어 SK스퀘어(402340)(-1조 2277억 원),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3054억 원), SK(-2075억 원) 순으로 적자가 컸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수요 회복이 더뎌지면서 수출 비중이 큰 우리 기업들의 실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금융업 42개사(개별 제외)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7조 7015억 원, 21조 187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27%, 5.56%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보다는 점차 개선될 것으로 봤다. 다만 개선 폭이나 속도에 있어서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경기 민감도가 높은 반도체와 바이오, 플랫폼 기업들이 2분기 바닥을 찍고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수출이 큰 폭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예상보다 실적 개선이 느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