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어긋난 '노동 톱니바퀴'…이민자 없인 2050년 GDP 2만弗도 위태

[리부팅 코리아-이민이 핵심 KEY]

<1> 왜 지금 이민인가 - 식어버린 성장엔진

韓 합계출산율 0.78명 세계 꼴찌

중기, 일손 급감에 현상 유지 벅차

인재도 태부족…경제도약 언감생심

빠르면 2030년 '제로 성장' 전망

이민으로 잠재성장률 1%P↑ 가능

유럽 심사점수제 등 벤치마킹해야





“한국이 홍콩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붕괴를 겪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경고가 현실화하고 있다. 머스크는 세계은행(2020년 기준) 국가별 출산율 순위를 트위터에 게시해 “출산율이 변하지 않는다면 한국 인구는 3세대 안에 현재의 6%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한국 출산율은 0.84명으로 세계 최하위(200위)였다. 2년 만에 해당 수치는 0.78명으로 더 떨어졌다.

‘저출산·고령화→인구 감소→노동력 부족→성장률 하락’은 이미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2017년 3757만 명(통계청 기준)에 달하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27년 3508만 명, 2047년 2562만 명, 2067년 1784만 명으로 급속도로 줄어 국내총생산(GDP) 타격은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패널 자료를 사용해 실증 분석한 결과 생산가능인구가 1% 감소하면 GDP는 약 0.59% 줄어들고 피부양인구가 1% 증가하면 GDP가 약 0.1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를 인구구조 변화에 단순 대입할 경우 2050년 GDP는 2만 3021달러로 추락하게 된다.

노동이라는 톱니바퀴가 덜컹거리자 전체 잠재성장률에도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추락은 무서울 정도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외환위기 이전(1991~1997년)만 해도 연평균 7.3%에 달했지만 금융위기 이후(2009~2019년)에는 3.0%, 코로나 위기 이후(2020~2028년)에는 2.2%, 이르면 2030년에는 제로 성장으로 뚝 떨어진다. OECD도 이 대로면 2044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0.62%로 평균 1.1%의 절반 남짓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 투입량이 급속하게 줄면서 대한민국 성장 엔진이 전방위로 식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이미 한국 사회는 노동력 부족으로 도약은커녕 현상 유지도 버거운 상황이다. 그 결과가 바로 기업의 99%를 차지하면서 우리 경제의 밑을 떠받치는 중소기업의 고질적 인력난, 더 나아가 주력 산업의 부침과 변화 속에서 새 먹거리로 꼽히는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 핵심 인재 태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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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노동력 부족 해결,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이민정책의 꼼꼼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원장은 “(외국인을 고용해) 중소기업을 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현상 유지를 위한 것일 뿐”이라며 “흔히 말하는 미래가 있는 산업 중심으로 기존 산업구조를 개편하려면 새로운 인재로 기업을 채울 수 있어야 하는데 급감하고 있는 생산가능인구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 사회가 인도계였던 리시 수낵이 영국 총리가 되듯 해외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곳으로 어필할 수 있어야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유진성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부양해야 할 인구는 늘어난 여파가 앞으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며 “고령화 영향을 받아 세입 기반이 축소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보장 비용 확대 등 재정 지출 규모가 커지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출산 문제를 해소해 당장의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인 만큼 가장 현실적 대안은 외국인 노동력 활용일 수밖에 없다는 조언이다. 김용찬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선진국 대부분이 예외 없이 저출산·고령화의 문제에 직면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이민 유치 정책을 펴 왔다”며 “이를 참고해 우리만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정책 개선에 나서고 있다. 고용허가제, 외국인 계절 근로자 프로그램, 방문 취업 등 한시적 외국인 유입 정책을 통한 단순한 노동력 보충 방식에서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인재 영입(제3차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 2018~2022년)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가령 국내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들이 2018년 45.6%(한국직업능력연구원 기준)에서 2019년 50.4%, 2020년 54%, 2021년 62% 등 매년 늘어나고 있는 데서 이는 잘 드러난다. 최근 정부가 2027년까지 외국 유학생 30만 명을 유치해 취업과 정주 지원까지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걸음마 단계의 이민정책을 보여준다는 쓴소리도 있다. 김동욱 서울대 교수는 “경제성장을 위한 목표에 부합하는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민 심사 점수제를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유럽 정책 등에서 시사점을 얻어야 한다”며 “한국의 기존 생산가능인구 대비 10% 규모로 우수 인재를 이민으로 수혈할 수만 있다면 잠재성장률은 2040년 1%포인트, 2060년 1.3%포인트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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