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배터리 다음은 ABC…구광모 "작은 씨앗이 거목될 것"

◆LG 美·캐나다 사업장 점검

구광모 LG 회장이 21일(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 다나파버 암센터를 방문해 세포 치료제 생산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LG구광모 LG 회장이 21일(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 다나파버 암센터를 방문해 세포 치료제 생산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LG




구광모 LG 회장이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직접 점검하기 위해 북미 지역 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했다. LG는 현재 인공지능(AI), 바이오, 청정기술(clean tech) 등 일명 ‘ABC’ 사업을 3대 성장 동력으로 지목해 집중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선대 회장들이 씨앗을 뿌려 30여 년 만에 글로벌 1등으로 키워낸 배터리 사업처럼 ABC 사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워낸다는 게 구 회장의 전략이다.






24일 L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21일(현지 시간)부터 미국 보스턴과 캐나다 토론토 일대 LG 계열사와 글로벌 연구소 등을 방문해 경영 현황을 점검하고 시장 트렌드를 살폈다. 그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마곡 LG AI연구원, 오송 LG화학 생명과학 공장, 마곡 LG화학 R&D 연구소, 청주 LG화학 양극재 공장 등을 찾아 전략 사업을 직접 챙겼으며 이번 북미 방문은 글로벌 현장에서도 본격적으로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보스턴서 바이오 육성점검
"배터리도 30년동안 투자해 성과
포기 안하면 바이오도 성공할 것"


구 회장은 우선 LG화학 생명과학본부의 보스턴법인(이노베이션센터)을 찾아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본부장과 이동수 보스턴법인장, 마이클 베일리 아베오 최고경영자(CEO) 등과 함께 신약 사업 육성 방안 및 미래 전략을 논의했다. 아베오는 미국의 항암 치료제 기업으로 LG화학이 올해 초 5억 7100만 달러에 인수했으며 현재 독립 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구광모(오른쪽 두 번째) LG 회장이 21일(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 바이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랩센트럴’에서 요하네스 프루에하우프(왼쪽) 최고경영자(CEO)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구광모(오른쪽 두 번째) LG 회장이 21일(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 바이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랩센트럴’에서 요하네스 프루에하우프(왼쪽) 최고경영자(CEO)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 그룹의 성장사를 돌이켜보면 늘 10년·20년을 미리 준비해 새로운 산업을 주도했고 주력 사업 중 하나인 배터리도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 30년 넘는 기술 개발과 투자로 도전을 이어왔다”며 “LG의 바이오 사업이 지금은 비록 작은 씨앗이지만 꺾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한다면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스턴 일정을 마친 구 회장은 22일부터는 캐나다 토론토로 넘어가 AI 분야를 직접 점검했다. LG전자는 앞서 2018년 그룹 최초의 글로벌 AI 연구 거점인 AI랩을 설립한 바 있다.

관련기사



토론토 찾아 AI 전략 논의
"AI, 모든 산업혁신의 게임체인저
LG 미래 만든다는 생각으로 실행"


구 회장은 AI랩을 방문해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 등과 함께 AI 추진 현황을 살펴보고 향후 연구개발(R&D) 방향과 계열사 간 협력 강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현재 AI랩은 AI 분야의 글로벌 톱티어 대학인 토론토대와 산학 협력 과제를 수행하는 한편 스마트홈·스마트카 등에 AI를 접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구광모(오른쪽) LG 회장이 22일(현지 시간) 캐나다 토론토 LG전자 인공지능(AI)랩을 찾아 케빈 페레이라(왼쪽) LG전자 토론토 AI랩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LG구광모(오른쪽) LG 회장이 22일(현지 시간) 캐나다 토론토 LG전자 인공지능(AI)랩을 찾아 케빈 페레이라(왼쪽) LG전자 토론토 AI랩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LG


구 회장은 “AI는 모든 산업에 혁신을 촉발하는 게임체인저”라며 “LG의 미래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고 집요하게 실행해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AI와 관련한 기술의 진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확보한 기술들이 계열사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질적 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AI가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가 개선되는 수준에서 활용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고객의 관점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낼 수 있는 도구가 돼야 한다는 게 구 회장의 지적이다.

이번 출장길에서 구 회장은 계열사뿐 아니라 항암연구소·AI연구소 등을 찾아 기업 비전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구광모(왼쪽) LG 회장이 22일(현지 시간) 캐나다 토론토 자나두연구소에서 크리스티안 위드브룩 자나두 최고경영자(CEO)에게 양자컴퓨팅 관련 실험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LG구광모(왼쪽) LG 회장이 22일(현지 시간) 캐나다 토론토 자나두연구소에서 크리스티안 위드브룩 자나두 최고경영자(CEO)에게 양자컴퓨팅 관련 실험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LG


우선 보스턴에서는 세계 최고 항암 연구 시설로 인정받는 다나파버 암센터와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랩센트럴을 방문했다. 다나파버에서는 매년 1000여 개의 임상이 수행되고 있으며 최근 5년 동안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75종 중 35종이 이곳을 거쳐 판매 허가를 받았다. 구 회장은 로리 글림처 다나파버 CEO와 세포 치료제 시설 등을 둘러보면서 상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또 랩센트럴에서는 요하네스 프루에하우프 CEO와 만나 바이오 창업 생태계에 대한 설명을 전해 들었다고 LG는 밝혔다.

구 회장은 이어 토론토에서는 AI연구소인 벡터연구소와 자나두연구소 등을 찾았다. 벡터연구소는 세계 4대 AI 석학으로 꼽히는 제프리 힐튼 박사가 설립한 곳으로 구글의 딥러닝, 우버의 자율주행, 엔비디아의 컴퓨터비전 등이 이곳을 거친 대표적 AI 사업 모델들이다. 또한 자나두는 2016년 설립된 양자컴퓨팅 기업으로 현재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로 추산된다. 양자컴퓨팅은 양자역학 기술을 활용해 기존 컴퓨터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게 연산할 수 있도록 하는 컴퓨팅 기술이다. AI 분야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연산해야 하기 때문에 양자컴퓨팅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LG의 한 관계자는 “ABC분야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만 국내 기준 6조 9000억 원에 이른다”며 “특히 바이오 분야에서는 2030년까지 글로벌 30위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대규모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일범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