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외국인들의 ‘차이나 런(투자 자금의 중국 시장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은행과 보험사에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릴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달 들어 24일까지 중국 본토 증시의 외국인투자가 순매도액이 715억 위안(약 13조 216억 원)에 달한다. 월간 기준으로 2014년 11월 후강퉁 도입 이후 최대치다. 지금까지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직후인 2020년 3월의 678억 위안이 가장 많았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외국인투자가들이 23일까지 13거래일 연속 순매도해 중국 본토에서 107억 달러(약 14조 2000억 원)를 빼갔으며 이는 2016년 집계를 시작한 뒤 최장 기간이라고 보도했다.
홍콩 화진증권의 펑훙위안 자산관리투자책임자는 “해결책도, 앞날도 보이지 않는다”며 “아무도 (중국) 주식을 사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부동산 불황의 출구가 보이지 않자 투자가들이 비관론으로 기울고 있다”며 “일본식 장기 경제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이날 각각 0.59%, 1.49% 하락 마감하며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연중 최저치를 다시 썼다. 홍콩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항셍지수가 21일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24일에는 장중 한때 상승했으나 이내 내림세로 돌아서 전일 대비 1.4% 내렸다. 7월 말 대비로는 10%가량 떨어졌다. 홍콩 증시에서 전체 시가총액의 약 80%를 중국 본토 기업이 차지하는 만큼 부동산 문제의 여파가 이어진 셈이라고 닛케이는 평가했다.
문제는 증시 하락세가 부동산에서 전기자동차·테크 기업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전기차 1위 업체 비야디(BYD)의 주가는 이달 들어 20%가량 떨어졌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증시 대표 종목들의 주가도 이달에만 약 10% 하락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부동산 부문의 리스크에 따른 중국 성장률 추정치와 아시아 지역의 대(對)중국 연계성 등을 고려해 이 지역의 성장률 전망치를 0%에서 -2%로 낮췄다”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아시아태평양지수의 12개월 목표치를 580에서 555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 당국은 자금 이탈을 막고 증시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연기금과 일부 대형 은행, 보험사들에 주식 투자를 활성화하라고 요구했다. 주식 거래 비용 인하와 자사주 매입 지원도 추진하고 있다. 중신증권과 궈타이쥔안증권 등 7개 증권사가 28일부터 거래 수수료를 인하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정부가 주식거래 인지세를 최대 50%까지 인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부동산 부채 위험과 디플레이션, 경제성장 속도 둔화 등이 증시 약세와 금융시장 불안의 핵심 요인인 만큼 큰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집값 하락세가 확산되면서 시장 전반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기술 허브’로 불리는 선전시 집값마저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이달 초 광둥선 선전시 푸톈구 바이화 지역의 85㎡ 복층 방 2개 주택의 가격은 735만 위안이었다. 바이화는 선전시에서 최고 학군으로 꼽히는 곳으로 2020년 하반기에는 85㎡의 방 두 칸 집이 1226만 위안에 거래됐다. 한 중개인은 “바이화 지역의 집값이 전체적으로 2017~2018년 수준으로 되돌아갔고 2020년 정점을 기준으로 하면 기본적으로 40% 정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선전시 서부 첸하이와 선전만, 바오안 중심구 등 집값이 높은 다른 지역에서도 올해 7월부터 다수의 고급 주택 거래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한창 가격이 높았을 때보다 40% 넘게 떨어졌다는 후문이다.
위안화 약세도 골칫거리다. 위안화는 취약한 경제와 자본 유출로 타격을 받으면서 올해 달러 대비 약 5% 하락했다. 위안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자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방어를 위해 본토 은행들에 홍콩에서 거래되는 채권 매입을 축소하라고 지시했지만 시장의 불안감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은 본토의 기관투자가가 홍콩에서 거래되는 채권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난샹퉁’이라는 제도를 2021년 9월에 도입했는데 이를 통한 외부 투자를 제한하고 나선 것”이라며 “홍콩으로 유입되는 위안화의 흐름을 억제해 역외시장에 위안화 공급을 제한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