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 이용 요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예비 엄마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다음 달부터 서울시가 산후조리 바우처를 지급하지만 업체들이 그만큼 가격을 올리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출산 지원책과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산후조리로 사용처를 제한했다가 요금 인상만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 산후조리원들의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이용료 인상 공지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강남구의 한 업체는 2주 기준 이용 요금을 단계별로 900만 원, 1100만 원, 1200만 원을 받고 있는데 내년 1월부터는 각각 950만 원, 1200만 원, 1300만 원으로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구로구의 한 업체도 이용 요금을 현재 420만 원, 500만 원에서 470만 원, 560만 원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동대문구의 한 업체는 서울시 정책 발표 후인 올 5월 일반실 비용을 50만 원 인상했다.
서울시가 다음 달부터 1명당 100만 원의 산후조리 바우처를 지급하면 가격 인상 경쟁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출산 지원비를 지급한 자치구에서는 물가 인상과 리모델링을 이유로 산후조리비 지원금 액수만큼 이용 요금을 올리는 사례들이 목격됐다.
애초 서울시는 산후조리원 결제에 쓸 수 있도록 1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조리원을 제외한 산후 관리에 쓸 수 있는 바우처로 바꿨다. 국무총리 직속 기구인 사회보장위원회와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 과정에서 시가 조리원을 이용 대상에 포함시키면 원하지 않는 가정까지 조리원을 이용하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사회보장위원회 관계자는 “서울시가 산후조리원 결제 때 쓰도록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하자 전문위원 사이에서 그렇게 되면 산후조리원 이용이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집단감염 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위원회가 서울시 계획에 반대해 협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바우처로 승인됐다”고 말했다.
지원책이 현금에서 바우처 형태로 바뀌고 산후조리원을 이용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요금 인상 우려는 여전하다. 산후조리원에서 직접 결제는 안 되지만 조리원과 체형 교정, 마사지 사업이 따로 등록됐다면 같은 시설에 있더라도 바우처 이용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산후조리업과 마사지업 등 두 가지 이상 사업자 등록을 한 업체에서는 분리 결제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업체가 기본료 대신 옵션 비용을 인상하거나 기본 내역에 포함됐던 마사지 등을 옵션으로 돌리는 꼼수가 가능해져 총 이용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서울시 내 자치구의 한 보건 담당자는 “관내 산후조리원 대부분이 마사지업을 분리 신고하고 있기 때문에 조리원에서도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책이 요금 인상을 초래할 수 있고 애초 산후조리원 이용 부담을 낮추자는 취지와 달라진 만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시행된 국민행복카드와 비교하면 사용처가 중복되고 출산 지원금 대비 이용자 효용도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올해 1월부터 산후조리비로 현금을 지급했던 성동구·중구는 바우처 시행 이후에도 50만 원(중구는 기존 10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조정)을 계속 지급하기로 했다. 명목은 산후조리 지원이지만 현금 지급이기 때문에 사실상 사용처 제한은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출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데는 찬성하지만 요금 인상, 비효율과 같은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용도를 산후조리로 제한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출산 가정이 지원금을 자유롭게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런 면에서 바우처보다는 현금으로 지급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 사회보장위원회에 제도 변경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