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맥주업계 시장점유율 2위인 네덜란드의 하이네켄이 러시아 현지 사업부문 전체를 단돈 1유로(약 1430원)에 러시아 업체에 매각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25일 보도했다. 이번 매각에 따라 하이네켄이 입게 될 누적 손실은 약 3억 유로(약 429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이네켄은 이날 홈페이지에 성명을 올려 러시아 사업부문 지분 100%를 현지의 화장품·생활용품 제조 및 포장업체인 아네스트그룹에 매각하는 절차가 마무리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회사 측은 현지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암스텔 등 일부 브랜드 제품은 부분적으로 판매를 계속하고 있지만 이미 상당수를 철수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암스텔 맥주의 현지 생산도 앞으로 6개월 안에 점진적으로 중단한다.
하이네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해 3월 러시아에서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한 지 약 1년 5개월만에 완전히 철수하게 됐다. 1유로에 모든 사업부문을 매각한 것과 관련해서는 러시아 사업을 하루빨리 정리하려는 회사 측의 시급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자동차 업체 닛산도 지난해 10월 자동차 제조공장을 포함한 러시아 내 자산을 러시아 국영기업체에 1유로에 매각한 바 있다.
러시아는 서방 기업들이 철수하려는 움직임에 일부 자산을 압류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프랑스 유제품 업체 다논과 덴마크 맥주업체 칼스버그의 러시아 사업 지분을 연방 국유재산관리청이 임시 관리하는 방식으로 통제하기도 했다.
돌프 판덴브링크 하이네켄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바란 것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렸으나, 이번 거래를 통해 직원들의 생계를 지키고 더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러시아에서 떠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철수까지 오래 걸린 것과 관련, 현지 직원을 보호하고 러시아가 자산을 국유화할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게 우선이었다고 전했다. 하이네켄은 그간 현지에서 채용된 직원들의 고용 보장 등 조건이 맞는 인수자를 찾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