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르포]"불안 조성 지나쳐" 꽃게 매장 북적…상인들 "지원대책은 필요"

◆방류 첫 주말 어시장 가보니

정치권 공방에도 시장은 활기

"오염수 영향 크게 신경 안쓰여"

주차장 진입 10분 이상 걸리기도

상인들은 향후 소비 위축 우려

소규모 어시장선 이미 매출 타격

26일 인천 중구에 위치한 인천종합어시장에 수산물을 사려는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고객들은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가 때 이른 걱정일 뿐이라며 큰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글=이승령 기자26일 인천 중구에 위치한 인천종합어시장에 수산물을 사려는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고객들은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가 때 이른 걱정일 뿐이라며 큰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글=이승령 기자




“작은 놈은 게장용, 큰 놈은 찜용입니다. 삼촌, 뭐 필요해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첫 주말을 맞은 26일. 인천종합어시장에서는 상인들이 손님맞이로 분주했다. 저녁 식사 준비를 앞둔 오후 4시께 싱싱한 수산물을 사려는 고객들로 붐비면서 어시장 내 일부 통로는 지나가기조차 쉽지 않았다. 시장 밖도 마찬가지로 주차장에 진입하려면 10분 이상 도로 위에 서 있어야 할 정도로 붐볐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영향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가중되며 정치권에서는 여야 간 설왕설래가 한창이었지만 이곳에서는 아직도 활기가 유지되는 등 다소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인천종합어시장 선어부에서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김 모(50대) 씨는 “주말이 되면서 손님들이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다”며 “명절 준비를 일찍 하시는 분들이나 수산물 가격이 싸졌다고 생각하고 오시는 고객들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26일 인천어시장 내 한 상인이 고객 주문에 국내산 왕새우를 소쿠리에 담고 있다. 글·사진=이승령 기자26일 인천어시장 내 한 상인이 고객 주문에 국내산 왕새우를 소쿠리에 담고 있다. 글·사진=이승령 기자


각 수족관·진열대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다양한 수산물로 가득했다. 특히 금어기가 풀린 꽃게 매장 앞이 붐볐다. 스티로폼 박스에 한가득 꽃게를 사 가는 고객들도 왕왕 눈에 띄었다. 양손 가득 구매한 수산물을 들고 가는 손님들 얼굴에서도 ‘혹시 안 좋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서울에서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한 70대 방문객은 “젊은 사람들은 걱정이 많은 것 같다”면서도 “당장 생선을 먹지 않을 수도 없고, 크게 신경 쓰이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 서 모(54) 씨도 “(오염수) 영향이 있다고 해도 5년 후의 일이라고 들었다.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해 정치권에서는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으나 수산물에서 실제 방사능 물질이 발견되지 않고 있는 만큼 현재의 걱정이 기우일 뿐이라는 얘기다.

다만 상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오염수가 방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고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으나 향후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천종합어시장에서 꽃게를 취급하고 있는 김 모(64) 씨는 “꽃게 철이라서 물량을 받아 놓았다”면서도 “향후 추이를 보고 물량을 줄일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26일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소래포구어시장이 손님 발길이 끊기면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사진=이승령 기자26일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소래포구어시장이 손님 발길이 끊기면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사진=이승령 기자



같은 날 찾은 소래포구어시장 상인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소래포구어시장은 고객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인천종합어시장과 달리 다소 한산했다. 다소 손님이 뜸한 오후 1시께라는 점을 감안해도 소래포구어시장 내는 수산물을 사려는 고객보다 팔려는 상인이 많았다. 그나마 있는 손님들을 붙잡기 위한 상인들의 목소리만 공허하게 울려 퍼질 뿐 어시장 특유의 활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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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포구어시장에서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이 모(53) 씨는 “손님이 거의 80% 감소했다고 보면 된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람을 2명씩 썼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만 해도 주말 오후가 되면 몰려드는 손님에 장사진을 이루면서 주차할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당시에는 손님이 미리 주문한 수산물을 상인들이 직접 거리로 나가 전달할 정도로 붐볐으나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김종례(60) 소래포구어시장 상인회장은 “(소래포구어시장) 자리에서 13년을 장사했고 코로나 3년도 버텼지만 지금과 같이 힘든 적은 없었다”며 “(수족관과 점포들이) 현재 65~70칸이 비어 있다. 점포 수로 따지면 30% 정도 빠진 것 같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어제는 수족관을 아예 비워뒀다”며 “원래는 꽃게를 적어도 60㎏ 이상은 들여다 놓아야 하는데 오늘도 10㎏뿐이고 이마저도 아직 개시도 못 했다”고 덧붙였다. 평일에는 손님이 없어 수산물 물량을 받아 놓지 않을 때가 많고 주말이라도 팔리는 물량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6일 소래포구어시장 내 한 상점의 수족관이 텅 비어 있다. 글·사진=이승령 기자26일 소래포구어시장 내 한 상점의 수족관이 텅 비어 있다. 글·사진=이승령 기자


두 어시장의 상황은 조금 달랐으나 상인들은 ‘정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몇 년 후 상황을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김 회장은 “이미 오염수를 방류한 시점에서 안전하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다”며 “앞으로 상인들이나 수산업 종사자들이 살아갈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인천종합어시장에서 장사하는 김 모(64) 씨는 “자주 오시던 분들도 당분간은 오는데 거의 마지막이라고 하시기도 한다”며 “앞으로 상황을 보고 대안 마련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26일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소래포구어시장 앞에 ‘수산물 안전 검사의 깐깐한 기준, 오직 ‘국민 안심’이라는 해양수산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글·사진=이승령 기자26일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소래포구어시장 앞에 ‘수산물 안전 검사의 깐깐한 기준, 오직 ‘국민 안심’이라는 해양수산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글·사진=이승령 기자


정부는 오염수 방류로 인한 불안 심리 확산과 수산물 소비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로 우리 바다가 오염된다는 것은 근거 없는 말이라는 입장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4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선동과 가짜 뉴스는 어업인들의 생계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신뢰와 올바른 국민 건강권을 해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우리 바다와 일본 근해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수산물 소비 활성화 예산 640억 원을 집행해 가격 안정화를 위한 수산물 비축과 수매도 역대 최대 규모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수산 업계 종사자들을 위한 수산물 긴급경영안정자금을 5배 확대하고 대출 한도를 한시적으로 상향할 예정이다.

이승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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