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주택가 한복판에서 양손에 흉기를 들고 소란을 피우다가 체포된 30대 후반 남성 A씨가 자해하려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조사한 뒤 이날 중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26일 서울 은평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전날 오후 7시 26분쯤 은평구 갈현동의 한 주택가에서 양손에 흉기를 들고 자해 소동을 벌이면서 경찰과 약 3시간 가까이 대치한 끝에 오후 10시 5분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당시 경찰은 현장에 특공대원 21명과 강력팀 등을 투입했다. A씨가 흉기로 자신의 가슴을 겨누며 자해하겠다고 위협함에 따라 테이저건(전기충격기) 등 진압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대화로 설득한 뒤 제압했다. 다행히 A씨의 소동으로 다친 사람은 없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조사에서 “혼자서 술을 마셨고 자해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인질을 붙잡지는 않았으나 경찰과 대치하던 중 “어머니와 외삼촌을 불러달라”거나 “소주를 사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도 파악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A씨는 전날 오후 5시께 범행장소 맞은편 호프집에 혼자 들어가 2시간 넘게 술을 마셨다. 이 때 가족과 직장 문제로 고민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목격자는 “담배를 피우는데 행인이 연기가 난다고 지적해 시비가 붙은 것 같다”며 “자동차 트렁크에서 흉기를 꺼내 위협했고 상대가 도망가자 경찰에게 ‘그 사람을 데려오지 않으면 다 죽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A씨가 다른 사람과 시비가 붙은 정황이 경찰 수사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경찰은 A씨가 양손에 든 흉기 2개와 가방 안에 있던 6개 등 모두 8개의 흉기를 압수했다.
경찰은 설득하는 경찰관을 흉기로 위협한 데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일단 적용했다. 범죄에 쓰려고 흉기를 소지한 경우 폭력행위처벌법상 우범자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경찰은 A씨에게 흉기로 협박당한 일반 시민 등 피해자가 더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조사를 끝내고 오늘 중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