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과 광명 등 수도권 일대에서 분양한 신축 아파트 가격이 10억원을 훌쩍 넘는 ‘고분양가’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신축 맨션 가격이 크게 올라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본 부동산 전문가들은 ‘억(億)션’으로 불리는 고급 맨션이 신축 맨션 시장의 오름세를 이끌고 있다고 지적하며, 철근과 시멘트 등 건설 원자재 가격은 물론, 땅값이 오른 상황이 더해지면서 한동안 분양가 상승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봅니다.
28일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도쿄 23구내 신축 맨션의 평균 분양가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0%나 뛴 1억 2962만엔(약 11억7157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1973년 이 연구소가 신축 맨션 분양가를 집계한 이래 가장 높은 가격이라고 합니다. 도쿄도를 비롯해 가나가와현, 사이타마현, 지바현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분양한 신축 맨션의 가격도 지난해보다 1.4배 뛴 8873만엔(약 8억198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일본 경기가 다소 활력을 되찾았다고 하지만 60%라는 가격 상승률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수치입니다. 수 년 간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오른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분한 시장 분위기를 이어갔던 일본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더욱 더 그렇습니다. 충격적인 수치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마츠다 타다시 부동산경제연구소 상석주임연구원은 “이렇게 극단적인 가격이 나오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도쿄 도심에서 연초에 고가의 맨션이 분양된 것이 평균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전반적으로는 완만한 상승을 기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중국이나 한국 등 아시아에서 온 자산가들이 도쿄 신축 맨션에 눈독을 들이고 다수의 물건을 매입하는 상황이 이 같은 현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마츠다 부동산경제연구소 상석 주임연구원이 언급한 ‘고가의 맨션’이란 어디를 가리키는 것일까요? 그가 언급한 곳은 미쓰이부동산레지던셜이 올해 2월부터 분양에 나선 도쿄 미나토구의 미타가든힐즈로 최저 가격이 2억엔(약 18억원)부터 시작하는 초고급 맨션입니다. 전체 물량 1000여 가구 가운데 절반 정도가 올해 7월까지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타가든힐즈는 세대당 면적은 원룸인 29.34㎡부터 4LDK(4개의 방과 거실·키친) 구조인 200.42㎡로 구분돼 있습니다. 아마 2억엔에 분양된 물건은 원룸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분양을 맡은 미쓰이부동산레지던셜에 따르면 로비와 커뮤니티 시설은 특급호텔을 방불케 할 정도로 고급스럽게 꾸며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부유층을 타깃으로 삼은 초고가 맨션인만큼 분양 정보가 극히 일부만 공개돼 있습니다만, 패밀리 타입이라 할 수 있는 2LDK와 3LDK를 주력으로 삼고 2억엔 후반~3억엔 중반 수준의 분양가를 제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나토구는 도쿄의 도심에 속하는 지역으로 잘 정비된 생활·교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해당 맨션이 터 잡은 아자부쥬반은 각국 대사관과 국제학교가 모여있어 치안이 좋고, 교육 환경이 탄탄해 대표적인 주거 선호 지역으로 꼽힙니다. 서울과 굳이 비교하자면 ‘한남더힐’이 자리한 한남동과 분위기가 비슷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동네든 급 나누기는 마찬가지라서 일본인들이 부동산 정보를 공유하는 모 사이트에는 미타가든힐즈의 입지를 묻는 질문에 “치요다구가 SS급이면, 미나토구는 S급”이라거나 “미나토구 내에서도 주거선호가 다른만큼, 미타가든힐즈가 있는 미타는 롯본기와 모토아카사카, 토라노몬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A급 지역”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처럼 평균 가격을 무색하게 만드는 최고급 맨션이 등장하면서 한동안 깨지기 어려운 수치, ‘상승률 60%’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다소 다른 결의 이야기지만 한국인으로서 서울 반포동의 래미안 원베일리 85㎡ 입주권 가격이 46억원을 기록하는 서울 부동산 시장을 떠올리면 초고가 맨션 분양가인 ‘2억엔’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지는’ 당혹스러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전의 연재에서도 언급했지만 도쿄 도심 그중에서도 5구에 대한 시장의 선호는 뚜렷합니다. 준공 하루만 지나도 ‘신축’이 아닌 ‘중고’로 가치가 떨어지는 이른바 구축들조차 도쿄 5구에서는 가격이 크게 오르는 모습입니다. 일본 토지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도쿄 도심 5구(치요다·미나토·추오·신주쿠·시부야)의 중고맨션 제곱미터(㎡)당 가격은 지난해 말 133만8000엔(약 1209만원)으로, 2018년의 113만2000엔(약 1023만원)보다 눈에 띄게 상승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도쿄도 전체로 보면 2018년 ㎡당 가격은 69만8000엔(약 630만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90만엔(813만원)으로 올랐습니다. 도심5구와 도쿄도 전체의 중고맨션 ㎡당 가격의 격차는 1.49배 정도로 집계됐습니다. (참고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7월 말 기준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192만75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16% 올랐습니다. ㎡당으로 보면 967만원 수준이니 도쿄도 전체 분양가보다는 높지만 도심5구에 비해서는 저렴합니다.)
도심 5구보다 조금 더 지역을 넓혀봐도 중심을 선호하는 추세는 비슷합니다. 부동산경제연구소의 조사를 바탕으로 지난 10년간의 신축맨션 가격 흐름을 살펴보면 도쿄도에서도 주거 선호도가 높은 '23구내'가 가격 상승 폭이 더 컸습니다. 신축맨션의 분양가(판매가격)를 기준으로 보면 2013년 도쿄 23구는 평균 5853만엔(약 5억2907만원)을 기록했고, 2023년에는 평균 8236만엔(7억4448만원)입니다. 거칠게 말하면 10년에 걸쳐 평균 2383만엔 오른 것입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23구가 아닌 도쿄도 지역은 평균 4238만엔(3억8308만원)에서 5223만엔(4억7212만원)으로 940만엔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제곱미터(㎡)당 단가로 따져도 흐름은 비슷합니다. 도쿄 23구는 2013년 86만5000엔이었지만 2023년에는 128만 8000엔까지 올랐습니다. 반면 23구를 제외한 도쿄도는 58만엔에서 79만600엔으로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일본 언론들도 계속해서 오르는 맨션 가격을 두고 앞으로 떨어진다, 더 오른다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팔아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매도를 부추기는 전문가가 있는가 하면 분양가는 더욱 오를 추세이니 신축 맨션을 공략해야 한다는 전문가도 있죠. 그들 가운데 누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 끝이 무척 궁금합니다.
도쿄=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