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길가에 있어서 가져간 게 무슨 죄?" 비료 훔치고도 당당한 60대 농부

옆마을 농부가 길가에 있는 비료를 훔쳐가고 있다. 경찰청 유튜브 캡처.옆마을 농부가 길가에 있는 비료를 훔쳐가고 있다. 경찰청 유튜브 캡처.




옆 마을 길가에 쌓여있던 비료 포대를 상습적으로 훔쳐간 남성이 절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최근 경찰청 유튜브에는 ‘비료를 깔끔하게 옮긴 트럭 주인의 반전 결말’이라는 제목으로 한 영상이 게재됐다.

영상을 보면 지난 4월 충북 옥천군의 한 지구대에 한 마을 이장이 찾아와 “지난해부터 조합원용 비료가 자꾸 사라진다”고 토로했다.



경력 30년 이상 형사 출신 베테랑 박해식 경감은 이장의 이야기를 듣고 바로 다음 날 아침 퇴근길, 비료 포대가 사라진 현장에 들렀다. 박 경감은 현장 건너편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것을 발견했다.

관련기사



옆마을 농부가 길가에 있는 비료를 훔쳐가고 있다. 경찰청 유튜브 캡처.옆마을 농부가 길가에 있는 비료를 훔쳐가고 있다. 경찰청 유튜브 캡처.


CCTV에는 흰색 트럭을 몰고 온 남성 A씨가 마치 자신의 것처럼 태연하게 비료 포대를 트럭에 싣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비료를 훔치고 뒷정리까지 깔끔히 하고 사라진 A씨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비가 오는 날에도 어김 없이 찾아와 비료를 챙겨갔다. A씨가 훔쳐간 비료는 총 77포대에 달했다.

절도 사건임을 확신한 박 경감은 사건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휴일에 시간을 내 사복 차림으로 트럭 차주의 주소지를 찾아갔다.

자전거를 타고 꼼꼼히 살핀 끝에 CCTV 속 트럭을 찾은 박 경감은 트럭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해 A씨를 지구대로 불렀다.

지구대에 나온 농사짓는 60대 남성 A씨는 혐의를 순순히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길가에 있어서 가져간 게 무슨 죄냐”며 “누구나 다 가져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변명을 늘어놨다.

경찰은 “농촌에서 비료나 농기구 등을 길가에 쌓아뒀어도, 주인이 있는 물건을 무단으로 가져가면 절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절도죄는 형법 제329조에 의거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안유진 인턴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