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올 상반기에만 70억 달러에 육박하는 기록적 순손실을 냈다. 시장 안팎에서 관측만 무성하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더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31일 비구이위안이 전날 올 상반기 순손실을 489억 위안(약 67억2000만 달러·8조9000억 원)으로 공시했다고 보도했다. 순이익 6억1200만 위안(1100억 원)을 기록한 전년동기대비 적자전환했으며, 순손실 67억위안(1조2000억 원)을 기록한 작년 하반기에 비해서도 그 폭이 7배 이상 커졌다.
회사 측은 기록적 손실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재무 상황이 계속 악화할 경우 채무불이행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비구이위안은 “회사의 유동성은 판매와 자금조달의 이중 긴축으로 전례없이 압박 받고 있다”며 “침체에 대처할 시의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으며 시장의 위험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향후 현금 유입, 비용 통제, 채권자와의 대화를 포함한 계획과 조치들을 고려하면 1년간 재정적 의무를 이행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비구이위안이 공시에서 회사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불확실성’을 언급한 점을 주목했다. 비구이위안이 진행 중인 부동산 프로젝트 규모는 2021년 디폴트를 맞아서 파문을 일으켰던 헝다의 4배에 달하기에, 디폴트가 현실이 되면 파급되는 영향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 비구이위안은 상반기에 전년동기대비 40% 늘어난 2260억 위안의 매출을 올렸지만 매출원가가 73% 늘었다. 총부채는 지난해 말과 같은 1조4000억 위안(254조원)이며, 총이자발생부채 2579억 위안 중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는 절반에 가까운 1087억 위안에 이른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14일부터 위안화 표시 회사채 6종을 포함한 회사채 9종과 사모채권 1종, 비구이위안 계열사 광둥텅웨건설공사의 회사채 1종 등 총 11종의 거래 중단에 직면한 상태다.
FT는 비구이위안의 기록적 순손실에 대해 “중국 경제활동의 4분의1 이상을 담당하는 부동산 산업에 대한 암울한 전망을 부각하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FT는 금융정보업체 딜로직 통계를 인용해 중국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앞으로 4개월간 상환해야 할 위안화 및 달러 표시 회사채 규모가 380억달러에 이른다고 전했다. 브루스 팡 존스랑라살 중화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거의 모든 민간 부동산개발업자들이 현금흐름 압박을 받고 있어서 디폴트가 이어질 것”이라며 “정책 지원이 있어도 현금흐름, 주택판매, 신규주택건설 등에 반영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