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가 올 상반기 1200억 원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부동산 경기가 꺾여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기업이 늘면서 연체율은 6개월 사이 2%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금융위원회와 행정안전부는 31일 새마을금고의 2023년 상반기 영업실적(잠정)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123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상반기 6783억 원, 하반기 8790억 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올 들어 적자로 돌아섰다. 행안부는 “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비용이 늘어난 점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대출 연체가 발생하면서 대손충당금 적립 등 관련 부담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새마을금고의 대출 연체 수준을 보면 상반기 전체 연체율은 5.41%로 지난해 말 대비 1.82%포인트 올랐다. 특히 기업 대출 연체율이 8.34%로 6개월 새 2.73%포인트 급등하면서 전체 연체율을 끌어올렸다. 새마을금고의 기업 대출이 건설 부동산 부문에 쏠린 상황에서 건설 경기가 고꾸라지자 연체율이 크게 악화한 것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1.57%로 지난해 말 대비 0.42%포인트 올랐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재무 상황이 악화하는데도 대응 역량은 되레 뒷걸음질친 점이다. 상반기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05.49%로 전년 말보다 0.46%포인트 감소했다. 자본 적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순자본비율도 8.29%로 같은 기간 0.27%포인트 줄었다. 순자본비율은 총자산에서 대손충당금을 더한 뒤 부실채권액을 뺀 값을 순자본으로 나눈 것으로, 여전히 규제 값(4%)을 크게 웃돌지만 금고의 위기 흡수 능력이 전만 못하다는 의미다.
다만 정부는 하반기 이자비용이 줄고 연체율 급등세가 진정되면서 재무 상황이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정부는 새마을금고가 올 7월 1483억 원(잠정치)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상반기 적자분을 메우고도 남는 순익을 한 달 만에 거둔 것이다. 지난달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우려가 제기되면서 새마을금고 수신 17조 원이 빠져나갔는데 상당액이 고원가성 수신이라 이자비용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최근 연체율 관리에 나선 덕분에 7월 말 기준 전체 연체율도 5.31%로 전달 대비 0.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 내 최대 3조 원 규모의 연체 채권도 매각해 연체율을 더 낮추기로 했다. 아울러 금고들만으로 거액의 기업대출을 취급하는 일도 막는다. 지금까지는 금고들만으로 거액의 기업대출을 취급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새마을금고 중앙회와 연계한 경우만 허용한다. 금고의 부동산·건설업 기업대출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현행 100%에서 130%로 확대해 손실 흡수 능력을 높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