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법개정안을 ‘포퓰리즘’, ‘부자 감세’라 평가해온 더불어민주당에서 증세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기업을 확대하고 개인별 세액공제 한도를 도입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세입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내년 예산안에 대해서도 ‘5포(국민·민생·성장·평화·미래 포기) 예산’이라 규정하고 지출을 늘릴 것을 압박했다.
민주연구원은 31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 세법개정안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논의했다. 민주당이 가장 문제로 꼽은 것은 정부의 세수 결손이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토론회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의 세법개정안과 예산안은 길을 잃었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재정의 역할과 중요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예산을 편성하고 거기에 맞춰 세법을 만들었단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법개정안을 다루게 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유동수 의원도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총선 생색내기용”이라면서 “감액을 중심으로 한 세법개정안을 내놨는데 서민층과 중산층을 위한 합리적인 세법개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정부 세법개정안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대안이 제안됐다. 채은동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녀장려금의 대상 및 최대지급액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출산 효과에 의문이 있고 총선 홍보용으로 보인다”면서 “자녀장려금과 자녀세액공제 중 양자택일이 필요하며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와 가업상속공제에 대해서는 “정부 개정안은 증여가액 70억원 이상의 수십명 소수인원에게만 혜택을 준다”며 국회 통과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혼인 증여’ 1억 원 추가 공제에 대해서도 소액 수증자는 혜택이 전무하고 고액 수증자에게는 세부담이 완화되며, 비혼인 주택 구입 수증자에게 차별적인 제도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혼인비용을 최대 500만 원까지 소득공제 해주는 ‘혼인소득공제’ 도입 및 혼인과 관계없는 ‘청년증여공제(5000만 원)’ 도입,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율 축소(3%→1%) 등의 ‘패키지 법안’ 도입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특히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 연구위원은 “재원 마련이 안되는 세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조세지출제도 중 대다수 전문가가 동의하는 항목부터 증세 논의를 시작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조세지출부터 정비할 것을 주문했다. 일례로 법인세 최고세율(24%)을 현행대로 유지하되 최고세율 적용기업을 현행 152개 기업에서 2052개 기업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연간 1400억 원의 세수와 소득 재분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인별 세액공제 한도 제도 도입과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의 단계적 폐지 등이 제안됐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도 민주당은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며 “예산 총지출 증가액을 6% 이상으로 늘려서 다시 국회에 제출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