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을 대상으로 직무관련 마음 건강 실태조사를 실행한 결과 교사 10명 중 4명은 심한 우울 증상이 있으며 6명 중 1명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녹색병원은 지난달 16∼23일 전국 유·초·중·고 교사 3505명(여성 2911명·남성 587명)을 대상으로 직무 관련 마음 건강 실태조사를 실행한 결과 교사 24.9%가 경도 우울 증상을, 38.3%는 심한 우울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녹색병원에 따르면 동일한 조사 도구로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심한 우울 증상 유병률이 8∼10%였다.
교사의 우울 증상 유병률이 일반인보다 4배가량 높은 셈이다.
심한 우울 증상을 보이는 비율은 여성 교사(40.1%)가 남성 교사(28.9%)보다 높았다.
학교급별로 보면 유치원 교사의 경우 절반가량(49.7%)이 심한 우울 증상을 보였고, 초등교사(42.7%), 특수교사(39.6%), 중등교사(31.5%) 순이었다.
학부모 전화 상담 회수(10회 이상·심한 우울 증상 60.8%)와 방문 상담 횟수(10회 이상·50.7%), 언어와 신체 폭력 경험이 높을수록 우울 증상 호소가 많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교사도 많았는데 PTSD를 겪는 비율은 △ 신체 폭력 경험 후(51.1%) △ 원치 않는 성적 관심 경험 후(49.9%) △ 언어폭력 경험 후(42.3%)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녹색병원에 따르면 일반 인구에서 PTSD 고위험군은 1∼6% 수준이며, 경찰과 소방 공무원도 15% 수준이다.
교사들은 일반인보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비율이 최대 5.3배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 교사의 16%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4.5%가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운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국민건강영양조사 기준 일반 인구의 자살 생각(3∼7%)과 자살 계획(0.5∼2%)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비율과 실제 계획까지 세운 비율을 연차별로 살펴보면 5∼15년(20.3%·6.7%)이 가장 높았고, 5년 미만(18.8%·4.4%), 15∼25년(14.8%·3.4%) 순으로 나타났다.
학교급별로 보면 유치원 교사(22.6%·7.8%)가 가장 높았고 특수교사(15.8%·4.7%), 초등교사(15.4%·3.9%), 중등교사(14.9%·3.9%) 순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교사들은 학부모 상담 및 민원 업무(37.5%)가 가장 어렵다고 답했고, 그다음으로는 학생 생활지도 및 상담(28.4%), 행정업무(23.5%)를 꼽았다.
교사 66.3%는 언어폭력을, 18.8%는 신체 위협·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폭력의 가해자 대부분(63.1%)은 학부모였으며 그다음이 학생(54.9%)이었다.
남성 교사보다 여성 교사에서 폭력 피해가 더 많이 발생했으며 유치원 교사는 언어폭력 피해가, 특수교사는 신체 위협 및 폭력 피해, 중등 교사는 성희롱 및 성적 관심 피해가 컸다.
전교조는 "실태조사는 대한민국 교사가 이미 소진 상태라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줬다"며 "개인적 자질이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는 사회구조적 위협요인이 분명하며 사회·국가적 지원과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