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마우스·스누피·도라에몽·나바….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다. 이러한 인기 캐릭터를 중심으로 문화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도시에 미치는 지역경제 파급력은 막대하다. 이에 전국에서는 ‘한국판 디즈니랜드'를 꿈꾸며 저마다 관련 기업 투자유치에 대한 전략을 세우지만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각 지자체 마다 테마파크 조성 등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지만 성공 했다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이 문제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이 기획력 실패에 고리타분한 콘텐츠로 승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관광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획기적·차별성 등을 우선 시 둬야 한다는 얘기다. 생태수도 전략을 바탕으로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전국은 물론 세계 속에 ‘순천'을 각인 시킨 노관규 순천시장이 ‘순천형 디즈니랜드’ 밑그림을 그렸다. 밀려 드는 손님맞이에 분주한 박람회까지 뒤로 하고 선진지인 일본까지 다녀왔다. 벌써 박람회 그 이후를 내다보는 노 시장의 도시 전략. 박람회장 사후 활용까지 고려한 ‘순천형 애니메이션 클러스터’가 또 다시 대한민국 도시의 판을 뒤흔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력 빛난 대통령의 국비 약속
순천시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순천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조성사업비 193억 원의 국비가 반영돼 도비와 시비 포함 390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향후 애니메이션 제작기지 조성, 스타트업 셰어하우스 및 복합 문화공간 조성에 탄력을 받게 됐다.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사업은 당초 중앙부처 사업건의 때는 미반영 됐으나, 노관규 순천시장의 정치력이 빛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31일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 전 브리핑과 만찬 자리에서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과 노관규 순천시장 대화 내용이 회자가 되고 있다.
당시 노 시장은 경전선 우회 등 여러 현안을 건의하고, 순천 웹툰 작가가 그린 대통령 부부의 캐리커처를 전달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으로 청년인구 유출을 막고 전남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고부가가치 문화사업이 있어야 한다”고 애니메이션클러스터 사업 확대를 요청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개막식 축사에서 “순천은 제가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곳”이라면서 “순천이 호남과 대한민국 발전의 핵심 거점이 되도록 제대로 챙기겠다”고 했다. 이 약속은 현실화 되면서 노관규 순천시장은 새로운 도시전략을 더욱 전략적으로 접근 시킨다.
◇정원도심 잇는 만화 속의 만화
그 일환으로 노관규 순천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은 최근 박람회 이후 새로운 도시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연간 1200만 명이 방문하는 애니메이션의 성지 일본 디즈니랜드와 문화콘텐츠 시설들을 4박 5일 간의 일정으로 둘러봤다. 이번 견학은 국가해양정원 조성, 동천 하구습지복원, 동천 국가하천승격,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조성 등 굵직한 국가사업 시행과 국비 반영에 발맞춰 순천만과 국가정원, 도심을 잇는 새로운 도시 발전 축을 만들고 애니메이션을 특화한 문화콘텐츠로 색을 입힌다는 미래 구상에서 진행됐다.
현재 순천은 애니매이션과 관련한 무한한 확장성을 갖고 있다. 순천에 있는 지역 3개 대학 모두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를 보유하고 있으며 웹툰, 게임, 실감콘텐츠, 방송 등과의 융합도 기대된다. 여기에 순천은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박람회장 사후활용 방안과도 연계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일본 나고야 인근에 위치한 지브리파크는 ‘2005년 아이치현 세계박람회’이후 박람회장 일부인 기념공원과 운영이 어려운 시설물을 활용해 애니메이션 테마파크와 체육시설을 조성했다. 자연환경을 훼손시키지 않고 공원시설과 애니메이션을 접목해 ‘사람, 생물, 지구에 대한 사랑과 자연의 예지’라는 2005년 세계계박람회의 이념과 성과를 계승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또한 도쿄 디즈니랜드는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기반으로 화려한 퍼레이드와 다양한 실감 콘텐츠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쇼핑몰, 숙박, 교통시설 및 이동약자 서비스도 제공하면서 전 세계인이 방문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 사례를 토대로 순천은 순천만국가정원과 애니메이션, 음악, 캐릭터, 무대, 행사 등을 접목한 한층 더 높은 수준의 문화공연을 구상하고, 도시개발에도 문화콘텐츠를 접목 시키는 구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철저한 미래 비전·철학 “문화산업 새 판”
순천의 발 빠른 행보가 눈길을 끈다. 벌써 내년도 주요업무 보고회를 개최했다. 남해안벨트 허브도시 완성을 위한 ‘적극행정’의 표본이다. 지난 5·6일 열린 업무보고회는 생태, 문화, 경제, 정주 등 4개 분야에 대한 부서 융복합 보고로 진행됐으며 벌써 2025년 지역특화 국비 발굴 계획에 대한 보고도 함께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순천은 지난달 18일 시의 미래 비전과 철학에 대해 공유하는 사전 워크숍을 개최했다. ‘박람회 전후,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노관규 순천시장이 직접 브리핑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순천은 4개 분야 중 문화콘텐츠 산업의 체계적인 육성을 위해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문화콘텐츠 산업육성을 지원하고 대규모 투자유치 및 일자리까지 창출해 경제의 새로운 판을 짠다는 계획이다. 또한 수도권 기업 및 청년을 지역으로 유입하고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지방소멸에 대응한 새로운 표준모델을 선보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번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조성 사업에 35개 애니메이션 기업이 유치의향서를 제출했고, 청년인구는 650명 이상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순천은 글로컬대학30 본지정과 더불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고유 자산인 생태를 기반으로 뛰어난 정주여건을 마련한 순천은 한화, 포스코 등 대기업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명실상부한 애니메이션 특화도시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이제는 양의 시대가 아니라 질의 시대여야 한다. 도시가 잘하고 있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을 제대로 지원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앞장서겠다”며 “순천시를 한 차원 더 높은 문화를 창조하고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하는 남해안벨트로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순천시는 올해 연말까지 전문가와 기업 등 의견 수렴과 현장 조사를 통해 문화콘텐츠산업 활성화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