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성인지(性認知) 예산을 9조 원 가까이 삭감했다. 성인지 예산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삭감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7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성인지 예산서’에 따르면 내년 성인지 예산으로 24조 1966억 원이 편성됐다. 올해(33조 1818억 원) 대비 27.1%(8조 9852억 원) 감액된 규모로 2014년(약 22조 6000억 원) 이후 10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예산 삭감의 여파로 관련 사업은 올해 302개에서 내년 282개로 20개 줄었다. 성인지 예산은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예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편성하는 재원이다.
구체적으로 교육부 예산 삭감이 두드러졌다. 내년 교육부 성인지 예산은 685억 200만 원으로 올해(2186억 9100만 원)보다 69% 삭감됐다. 우선 대학생 거주 환경 개선을 위한 ‘행복기숙사 지원사업’ 예산이 286억 2300만 원으로 올해보다 59.5% 감액됐다. ‘대학 내 성범죄 근절 및 안전 환경 조성’ 예산은 올해 4억 9100만 원에서 내년 2억 4500만 원으로 50.1% 줄었다.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여파도 있었다. 이공계 여성 인력 양성을 위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공계 전문 기술 인력 양성’ 사업 예산은 올해보다 81.4%나 줄어든 29억 4200만 원으로 편성됐다.
법무부의 ‘성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도 0.5% 삭감됐다. 고용노동부의 경우 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중소·중견기업의 유연근무제 도입을 지원하는 ‘일·가정 양립 환경 개선 지원’ 예산이 221억 6400만 원에서 134억 800만 원으로 39.5% 줄었다.
성인지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을 두고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2월 경북 포항 유세 현장에서 “(성인지 예산) 일부만 떼어도 북핵 위협을 중층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