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희귀병 어린이, 치과 진료도 사각지대…"사회적 관심 절실"[전문가 칼럼]

■강정민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소아치과 교수

희귀질환 있으면 구강관리 어려워…소아 환자는 고도의 전문성 요구

희귀병 치료병원·치과간 협업 시스템 조성 시급…치료비 지원도 절실

희귀질환을 가진 어린이들은 구강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관련 의료기관이 부족해 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미지투데이희귀질환을 가진 어린이들은 구강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관련 의료기관이 부족해 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미지투데이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에서 2만 명 이하로 발생하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경우를 희귀질환으로 정의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희귀질환자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희귀질환으로 새롭게 진단 받은 20세 미만의 소아청소년은 3000여 명에 달했다.

희귀질환이 있는 어린이들은 구강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질환으로 인해 구강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보니 파생되는 문제들이다. 지적장애와 운동능력 부족으로 구강 위생 관리가 어려운 아이들은 충치 또는 잇몸 질환이 발생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치과 치료에 대한 요구가 높다. 얼굴 뼈의 비정상적인 발달로 앞니가 서로 물리지 않고 뜨거나 거꾸로 물리기도 한다. 선천적으로 치아가 결손되었거나 약하게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구강 건강은 신체와 정신 건강을 포함해 삶의 질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구강 기능의 발달과 치아의 건강은 아이들의 성장 발달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특히 희귀질환을 가진 아이들은 정기검진을 통한 예방적 관리가 중요하다. 바로 해결해야 할 구강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정기검진 등을 통해 치과의사의 관리를 받으면 구강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을뿐 아니라 질병 진행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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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희귀질환에 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해 치료 계획을 세우기는 커녕 치과 치료 후 예후를 예측하기조차 어려운 게 국내 현실이다. 치과 치료에 앞서 가지고 있는 질환과 치과적 문제의 관계를 파악하고 치과 치료 시 주의사항, 문제점 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주치의와 치과의사 간 긴밀한 협진이 필수다. 희귀질환 환자 중에서도 소아의 치과치료를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치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다음 희귀질환자를 진료한 경력이 있는 치과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희귀질환자의 신체적 어려움에 맞게 치과 시설, 인력, 장비 등도 갖춰져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15개의 장애인 구강진료센터가 운영 중이다. 치과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장애인을 위한 특수클리닉 시설이 존재하지만 소아 희귀질환자의 치과치료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많은 환자들이 일차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기 어렵다보니 다른 질환에 비해 구강 질환의 치료가 늦어지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러한 치과 의료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면 국내 희귀질환센터나 관련 진료과와 치과병원 간 협진 시스템 조성이 시급하다.

희귀질환을 가진 환아의 가정은 대부분 치료비로 인한 부담이 크다. 다양한 의료지원사업이 존재하지만 빈도가 높은 치료는 대부분 비급여 항목이라 산정특례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장애인 구강진료센터에서는 장애 판정을 받은 경우에 한해 치과 치료비 일부만 지원받을 수 있다. 희귀질환자들에 대한 치과 의료비 자체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치과검진을 통해 희귀질환별 구강 특징 및 이들의 구체적인 치과 진료 현황을 파악하는 과정이 시급하다. 대한소아치과학회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지원을 통해 전국적으로 소아 희귀질환 환자들의 의학 및 치과적 기록을 수집하고 이들을 위한 맞춤형 관리를 위한 진료지침을 제작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희귀질환 관련 의학 전문가들과 구강 내 특징에 따른 치료시기와 방법을 공유하고 진료 권고안을 제작하는 게 궁극적 목표다.

강정민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소아치과 교수 . 사진 제공=연세의료강정민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소아치과 교수 . 사진 제공=연세의료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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