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83.3%…블룸버그가 집계한 전 세계 주식형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중 수익률 1위.’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TIMEFOLIO 탄소중립액티브 ETF’의 성적표다.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성격이 강한 ETF 특성상 공격적인 운용을 하더라도 원금 대비 2배 가까운 수익률은 이례적일 수밖에 없다. ‘K바이오액티브’나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 등 타임폴리오운용이 올해 출시한 다른 ETF들 역시 시장을 웃도는 수익률로 주목받고 있다.
혜성처럼 등장해 시절을 잘 만나 수익을 낸 상품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ETF는 2008년 설립돼 헤지펀드 명가에서 공모펀드로 영역을 확장해온 타임폴리오운용이 치열한 고민과 토론 끝에 내놓은 역작이다. 그 중심에는 타임폴리오운용의 대표로서 30년 동안 주식을 업으로 투자 외길을 걸어온 김홍기 대표가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8일 서울 여의도 타임폴리오운용 본사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타임폴리오운용은 본부장이 ‘롱(매수)’을 주장해도 주임급 운용역이 ‘쇼트(매도)’를 칠 수 있는 곳”이라며 “주식 운용에 있어서만큼은 계급장을 떼고 모두가 열심히 공부하고 치열하게 토론한 후 고민을 거듭한 결과를 가지고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수익의 비결은 ‘이것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2019년 공모 운용사 라이선스를 취득한 타임폴리오운용은 9개의 액티브 ETF와 2개의 공모펀드(타임폴리오마켓리더·타임폴리오위드타임) 상품을 운용 중이다.
주식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타임폴리오운용은 ‘혹독한 훈련소’로 통한다. 실제 타임폴리오운용의 펀드매니저들은 자신이 굴리는 펀드만큼은 연차와 관계없이 온전히 개인의 판단 아래 종목을 선정해 운용한다. 모든 활동의 결과는 수익률로 평가한다. 김 대표는 “기존에 운용하던 대로, 상사가 지시한 대로, 회사 방침대로 굴러가는 펀드가 수두룩하지만 우리는 다르다”면서 “더 좋은 수익률을 내는 매니저에게 더 많은 자금을 몰아주는 경쟁 체제가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최대의 자유를 주는 만큼 책임도 온전히 운용역의 몫이다. 김 대표의 표현처럼 ‘주식에 미쳐 있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투자회사다.
소위 ‘주식 박사’들만 모인 결과 타임폴리오운용의 순자산은 2020년 1조 3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3조 8000억 원으로 3배가량 급증했다. 2021년부터는 액티브 ETF를 잇따라 출시하며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올해 1월 타임폴리오운용에 합류해 7월 공동대표로 올라섰다. 1991년 신한증권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대우증권과 토러스증권(현 DS투자증권)을 거쳐 다시 신한금융투자로 돌아와 조직을 이끌다 타임폴리오 창업자인 황성환 대표의 러브콜에 응했다. 황 대표는 대우증권 시절 만난 후배로 그보다 열한 살이나 어렸지만 두 사람은 주식에 ‘미친’ 여의도 고수로 통해 일찌감치 흉금을 터놓는 사이가 됐다.
김 대표는 “대우증권 딜링룸에서 한솥밥을 먹던 황 대표가 창업한 후에도 꾸준히 만나 회사 경영부터 상품 아이디어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팬데믹 때 타임폴리오 성장의 계기가 됐던 손실 차등형 펀드도 그때 나왔다”고 회고했다. 손실 차등형 펀드는 운용사의 자기자본을 15%가량 펀드에 투입해 일정 손실까지는 운용사가 부담하고 반대로 일정 수준 이상 이익이 나면 회사가 수익을 더 가져가는 콘셉트여서 펀드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경제학도였지만 김 대표는 천성이 ‘주식쟁이’였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1990년대 초반 많은 대학 동기들이 안정적인 은행을 택해 사회에 진출했지만 그는 달랐다. 좋은 기업을 선택하고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 금융투자업이 더 끌렸다. 신한증권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한 김 대표는 기업금융(IB) 부서에 배치돼 6년을 일했지만 주식 투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가슴 한편에 계속 남아 있었다. 결국 자진해 증권사 일선 지점으로 나갔다.
그는 “증권업 인생을 통틀어 단 1년 지점에 있었는데 전체 직원 약정 1위를 할 만큼 성과가 좋았다”며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주식을 연구하고 예상대로 시장이 움직이면 신바람이 났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 500선을 오가던 코스피지수가 300으로 수직 낙하한 후 600으로 회복되는 사이 김 대표가 지점에서 추천했던 종목들이 연일 급등했다. 단숨에 투자 대가의 반열에 오른 ‘구로동 김 대리’는 지점 발령 1년 만에 “고객 돈 말고 회삿돈을 불려라”라는 지령을 받고 이후 평생을 증권사 자기자본 운용에 매진하게 됐다.
회삿돈을 굴릴 때는 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손해 보지 않는 것이었다. 시장의 변화무쌍한 움직임은 끊임없는 공부가 아니면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는 “시장이 안 좋아질 신호를 보낼 때면 우리 표현으로는 주식이 조금씩 질질 새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자기자본 운용의 제1 목적은 더 나은 수익을 내는 것이어서 자신이 없을 때는 주식 포지션을 줄이는 게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9·11 테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 예측 불가능한 초대형 악재가 터졌을 때 김 대표의 주식 포지션은 ‘제로’였다. 시장이 주는 미심쩍은 신호들을 빠르게 잡아내 보유 주식들을 정리한 것이다. 그는 평생 주식 투자를 하면서도 손실 관리에 힘을 쏟아 “4% 이상은 잃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재야의 고수 둘이 뭉친 타임폴리오운용은 지금 액티브 ETF 점유율 확장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전체 ETF 시장이 107조 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주식형 액티브 ETF는 이제 2조 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인위적인 순자산(AUM) 증가 목표치를 제시하거나 무분별한 마케팅 활동은 하지 않는다.
김 대표는 “지금껏 ETF는 지수와 똑같이 움직이는 패시브 자금 위주였지만 추가 수익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생길 것”이라며 “타임폴리오만의 차별화된 운용 능력이 시장에서 검증받는다면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운용사가 해야 할 일은 광고가 아니라 고객에게 수익률로 보답하는 것”이라며 “‘상생상락’이라는 사훈처럼 좋은 수익률을 내 고객과 회사가 같이 살고 같이 기뻐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타임(TIME)’과 ‘포트폴리오(PORTFOLIO)’를 결합해 만든 사명처럼 가장 좋은 시점에 가장 적합한 포트폴리오로 고객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 김 대표의 유일한 관심사다.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다양한 시도도 한다. 다음 달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2개월 동안 진행하는 ‘제1회 로드 투 펀드매니저’ 대회가 그중 하나다. 출신 학교와 학점, 어학 점수 등 소위 스펙과 무관하게 자본시장 진출을 원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의 주식 투자 대회를 열어 우수자에게는 채용 전환형 인턴십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과거에는 증권사 직원이 대부분 주식 투자를 했고 그중 일부가 펀드매니저로 자리를 옮겼지만 요즘은 업계 내 진정한 의미의 주식 투자 전문가들은 줄어들고 있다”면서 “개인들이 대거 직접투자에 뛰어들면서 주식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에게 자본시장을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고 전했다. 운용 능력 평가 A+를 받은 지원자에게는 누구나 채용 전환형 인턴십 기회를 부여해 제도권 펀드매니저로 성장하기 위한 기초 소양을 길러줄 계획이다. 인턴들은 현직 펀드매니저와 교류하며 기업 탐방과 투자 세미나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대회에 참여해 성적이 우수하다고 꼭 타임폴리오에 취직해야 하는 조건은 아니다”라면서 “궁극적으로 한국 자본시장 발전에 보탬이 되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며 그런 연장선에서 다양한 노력과 실험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He is…△1965년 경북 안동 △1988년 서강대 경제학과 △1991년 신한증권(현 신한투자증권) 입사 △2004년 대우증권 딜링룸 부장 △2008년 토러스증권(현 DS투자증권) 상무 △2012 신한투자증권 에쿼티본부장 △2020년 신한투자증권 PBS본부 전무 △2023년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