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소규모 무역에 머무르며 제한된 협력에 그쳤던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실질적 관계로 전환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고 있는 러시아 입장에서 옛 소련제 탄약이 절실한 만큼, 이번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보여주기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협력과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NYT는 김 위원장이 회담에서 러시아에 탄약을 지원하는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위성기술과 물자 등을 지원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이같은 합의가 도출되면 양국 모두에 이익으로 양국의 관계가 훨씬 실질적으로 바뀌며 세계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CBS 뉴스도 이날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소식을 다룬 기사에서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회담에서 탄약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수십년간 냉탕과 온탕에서 복잡한 관계였던 러시아와 북한은 작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공한 뒤 서로 가까워졌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전쟁을 치르는데 북한이 필요하고 북한은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미국에 공동으로 맞서는 중국, 러시아와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출신 학자 표도르 테르티츠키는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만약 합의가 이뤄지면 1990년 시작한 북러관계의 시대는 정말 끝나게 될 것”이라며 “그동안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 많은 대화가 있었지만 ‘진짜 교역(real trade)’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우방이지만 양국은 외교관계에서 한계를 보여왔다. 특히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러시아는 핵무기, 미사일 개발을 이유로 UN의 제재를 받는 협력을 확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러시아 방문에서 폭넓은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이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러 정상회담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포함해 모든 이슈가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필요하다면 우리는 북한 동무들과 대북 유엔 제재에 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에 부과된 유엔 제재를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