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부터 공교육 현장에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예정되면서 몸 값이 크게 뛴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에듀테크 기업인 엘리스그룹이 주인공이다. 엘리스는 지난 달에만 비상교육, 미래엔 등 2곳과 각각 디지털 교과서 개발 협약을 맺었다. 이달에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중등 영어·정보 과목 디지털 교과서 개발 연구 사업에 선정됐다. 일선 학교에 디지털 교육 도입이 가속화하면서 우수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확보한 스타트업을 향한 교육계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2년 후 AI 교과서 도입…키플레이어 떠오른 엘리스
엘리스그룹이 디지털 교과서 시장의 핵심 키플레이어로 떠오르고 있다. 그 비결은 AI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데 있다. 김재원 엘리스그룹 대표는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000곳이 넘는 고객사를 대상으로 진행해온 교육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이 디지털 교과서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미래 AI 시대를 이끌어갈 학생들의 기본 역량을 높여줄 교과서 개발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교과서란 서책형 교과서에 용어사전, 멀티미디어 자료, 실감형 콘텐츠 등 풍부한 학습 자료와 학습 지원 및 관리 기능이 추가된 학습 도구다. 학생 개개인의 학습 능력을 파악하지 못하면 학습 지원이 어려운 만큼 AI와의 접목이 필수적이다. 이 분야에서 엘리스그룹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다. 국내 디지털 교과서 시장은 1조 원 이상 규모로 예상된다.
엘리스는 2015년 설립된 에듀테크 스타트업으로 디지털 전환 시대에 교육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왔다. 개인·기업·기관 등이 데이터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에 AI 기술을 적용한 국내 최초 교육 실습 플랫폼 ‘엘리스 LXP’가 대표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교육용 가상화 실습 환경을 구현하고 맞춤형 교육 솔루션을 제공한다. 또한 자동 채점 기능을 통해 채점 결과에 따른 학습 진도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준다. 아울러 학생 질문에 10초 내로 답변하는 생성형 AI 기반의 학습 보조 챗봇 기능도 탑재됐다. 김 대표는 “AI나 디지털 교육 수요가 커졌지만 강사 중심의 교육 방식에는 한계가 있어 교육 실습 플랫폼 사업 모델을 일찍이 추진했다”면서 “엘리스그룹은 8년 전부터 클라우드 기반의 교육 실습 플랫폼을 보유한 만큼 다른 업체들에 비해 경쟁력에서 앞선다”고 강조했다.
수요 맞춤형 교육 특화…고객사 1400곳 넘어
엘리스의 또 다른 강점은 수요 맞춤형 교육 과정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시스템은 학생, 기업 재직자 등 직종과 신분을 가리지 않는다. 덕분에 고객사는 SK·현대차(005380) 등 굴지의 대기업은 물론 공공기관, 대학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비스 도입 기업·기관 수는 1424곳에 달하며 누적 사용자 수도 93만 명을 넘어섰다. 김 대표는 “각 기업이나 기관의 내부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다”며 “교육에 필요한 정보를 찾는 데에 AI를 적극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엘리스그룹은 렌터카 사업을 하는 고객사를 대상으로 GPS로 사고 빈도 등을 확인하는 디지털 방식에 대한 교육 과정을 제공한다. 고객 만족도가 높은 것도 이처럼 교육 수요자가 원하는 내용을 맞춤형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단골 고객도 늘어나고 있다. 회사측에 따르면 기업들의 서비스 재도입율은 90%에 달하고, 교육을 수강한 임직원 만족도는 5점 만점 기준 4.7점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고객사들의 업종은 매우 다양하지만 고객사 직원들은 엘리스 애플리케이션에만 들어가면 각자에게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할 수 있다”며 “디지털 기기나 프로그램 활용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모든 직원에게 우리 교육 프로그램을 듣도록 하는 기업도 있다”고 전했다.
엘리스그룹은 온라인 교육 플랫폼 구축 외에 다양한 오프라인 사업도 벌이고 있다. 올 7월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이 주관한 ‘제4회 세종 정보 올림피아드’에 참여해 예선 과정부터 오프라인 본선 과정까지의 기술 지원과 현장 운영을 담당했다. 지난 달 부산에서 개최된 코딩대회에는 온라인 예선을 거친 총 160명의 학생이 참가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다양한 대회와 프로젝트를 진행해 SW?AI 교육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KAIST 조교 때 첫 개발…해외 진출도 준비
김 대표는 창업 전부터 AI가 교육 현장에서 발휘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캐나다 워털루대 산업공학과에 재학하던 중 AMD, 애플캐나다, 엔비디아 등에서 인턴을 지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부 대학원 AI 연구실에서 연구원과 조교로 지내며 교육에 AI를 적용하는 교육 플랫폼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당시만 해도 시험이 끝나고 채점을 하는 데 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입됐다. 심지어 손코딩 시험지를 채점하던 조교들은 빽빽한 글자에 눈이 아프기까지 했다. 이에 김 대표는 채점에 AI 기술을 도입한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했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컴퓨터로 직접 코딩을 했고, 조교들은 자동 채점 기능을 활용해 빠르게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KAIST 조교로 함께하며 플랫폼을 개발한 김수인 최고연구및플랫폼책임자(CRPO), 박정국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김 대표와 2015년 엘리스그룹 창업에 함께 뛰어들었다.
낭중지추. 엘리스그룹은 창업 후 불과 6년 만인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미래 유니콘 육성사업’에 선정됐다. 또한 지난해 11월 신용보증기금의 '제8기 혁신아이콘'에도 선정됐다. 혁신아이콘은 신기술 혹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차세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신용보증기금의 스케일업 프로그램이다. 뷰노, 루닛, 버킷플레이스, 밀리의 서재 등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스타트업들이 혁신아이콘에 뽑혔다.
김 대표는 이제 한국을 넘어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사업화한 디지털 전환 교육 모델을 다른 국가로도 확장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며 “다른 언어로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해외에서 안착하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