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배우 10명 중 2명이 성희롱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아사히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이는 후생노동성이 내달 공표 예정인 '2023년도 과로사 등 방지대책 백서' 초안에 포함된 내용으로, 예술 및 연예계에 종사하는 남녀 64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하고 있다.
조사 결과 배우·스턴트맨의 경우 성희롱 피해를 봤다는 응답자가 20.4%에 달했다. 피해 유형별로는 '성관계를 강요당했다'가 11.1%로 가장 많았고 '과도한 신체 접촉'(10.2%), '과도한 노출 강요'(9.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성우·아나운서는 성희롱 피해 경험자가 25.4%로 더 많았으며 역시 '성관계 강요'와 '과도한 신체 접촉'이 각각 14.3%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전통예능 분야에서는 성희롱 피해 경험자가 5.4%였고 미술은 12.4%였다.
이와 관련해 성희롱 문제에 해박한 한 변호사는 "기획사 사장이나 촬영감독과 배우 사이에는 강자와 약자라고 하는 권력구조가 다른 업종보다 한층 더 강하다"며 제도적인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배우·스턴트맨의 저임금 실태도 드러났다.
월수입이 20만엔(약 180만원) 미만이라는 배우·스턴트맨이 60%를 넘어섰고 40만엔 이상은 10%에도 못 미쳤다.
한편 창업자인 고(故) 자니 기타가와의 성폭력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한 일본 연예기획사 '자니스 사무소'(이하 자니스)는 지난 13일 자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1년간 소속 연예인의 광고 및 방송 출연료에 대한 기획사 보수를 받지 않고 피해자구제위원회를 설치해 피해자 보상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자니스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 창업자가 남성 연습생 등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을 인정했다.
그 뒤 이 기획사 소속 연예인들을 기용해온 기업들의 광고 계약 해지도 잇달았다. 13일 하루에만 삿포로, 모스버거 등이 계약 중단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