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여명]진격의 K바이오, ‘그레이트 스텝’을 밟아라

터닝 포인트 맞은 제약·바이오 산업계

제약보국 넘어 미래성장동력으로 성장

오픈이노베이션·M&A 등 활성화 필요

해외진출 가속화로 내수한계 벗어나야

김정곤 바이오부장김정곤 바이오부장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단기적인 성과 창출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결국 자금력과 자금 조달 전략이 관건입니다. 우리가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대기업과의 협업은 서로 궁합이 잘 맞다면 윈윈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바이오벤처 출신 제약사 대표)”

“한국은 신약 개발을 하기 정말 어려운 토양입니다. 먼저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춘 뒤 벌어들인 돈으로 빅스텝, 자이언트스텝, 그레이트스텝으로 가는 게 맞습니다. 처음부터 신약 개발하겠다고 나섰다가는 덩치가 커지기 전에 먼저 회사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중견 제약사 대표)”



최근 잇따라 만난 제약·바이오 대표들의 말이다. 두 사람의 발언에는 K바이오의 현재와 미래가 담겨 있다. 뛰어난 기술을 가진 바이오벤처가 겪는 자금난 등 어려움과 현실적인 해법, 전통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투자와 매출 성장을 어떻게 조합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최고경영자(CEO)들의 고민이 그대로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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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가 도약을 위한 터닝포인트를 맞고 있다. 전통 제약사들이 전쟁의 페허를 딛고 국민의 건강을 지킨다는 제약보국(製藥保國)을 실천하며 창업 100년을 향해 가는 동안 창업주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2~3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제네릭에서 개량 신약,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세상에 없던 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곳도 여러 곳이다. 신약 파이프라인이나 인공지능(AI) 등 신기술로 무장한 바이오벤처들도 속속 등장해 증권시장의 신데렐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대기업들도 신수종 사업으로 바이오를 키우고 있다. 삼성과 SK를 필두로 LG·롯데·CJ·코오롱에 이어 범현대가(家), 오리온까지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고 먹을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0년 5041억 달러였던 글로벌 바이오 시장 규모는 2027년 911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제2의 반도체’로 바이오를 낙점하고 전방위적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외양으로도 K바이오는 전성시대다. 제약·바이오 양대 협회에 등록된 회원사를 보면 전통 제약사 위주의 제약바이오협회 회원사는 9월 현재 273개, 바이오벤처 중심인 바이오협회 회원사는 630개에 달한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증권시장에서도 이제는 더 이상 변두리가 아닌 중심이다. 경기방어주로 분류되던 제약주들은 기업의 미래 가치와 독자적인 테마로 시장을 이끄는 주력이 됐다. 코스피시장에는 의약품 47개사(54개 종목), 의료정밀 8개사(8개 종목), 코스닥시장에는 제약 119개사(119개 종목), 의료·정밀기기 72개사(73개 종목)가 상장돼 있다. 중소벤처 중심인 코넥스시장에도 코스닥 상장을 노리는 바이오벤처가 다수 포진해 있다.

그러나 K바이오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아직 아쉬움이 적지 않다. 최근 다수의 제약·바이오 업체가 해외로 진출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 신약을 위한 연구개발(R&D) 비용도 글로벌 빅파마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격차가 크다. 제약·바이오 시장은 전통적으로 의학 기술이 발달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주도해왔다. 신약 개발은 원천 기술을 확보해도 천문학적인 R&D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야 결실을 거둘 수 있다. 큰 위험이 따르지만 큰 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산업이다.

코로나 펜데믹 기간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백신 개발로 국민들을 지켜냈다. 최근에는 암 같은 질병 치료를 넘어 비만·치매·당뇨 등 성인성 질환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K바이오가 한 발 더 진격하려면 고정관념을 깨고 과감하게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바이오벤처 기업은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더욱 고도화하고 대기업은 보다 과감한 인수합병(M&A) 전략으로 덩치를 키워 빅파마에 도전해야 한다. K바이오의 돌파구는 국내시장이 아니라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 내수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는 게 답이다. K바이오가 베이비스텝을 넘어 해외에서 빅스텝, 자이언트스텝, 그레이트스텝을 밟을 그날을 기대해본다.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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