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中 "자국 전기차 부품만 써라" 지시에…車반도체·전장 키우는 삼성·LG '비상' [biz-플러스]

반도체부터 디스플레이·부품 등

'세계 1위' 中 시장 진입 차단땐

판매·점유율 성장 한계 불보듯

EV5 현지출시 앞둔 기아도 긴장

신화연합뉴스신화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자국 전기차 기업에 중국산 부품만 사용하라는 내부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전기차에 반도체와 배터리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현대차·SK·LG·포스코 등 국내 기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7일 중국 공업정보화부 장관을 지낸 인사가 지난해 11월 중국 자동차 관련 업체를 소집한 내부 모임에서 “전기차 제조에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라”는 구두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중국산 부품 사용률에 대한 수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벌칙도 부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조만간 전기차 부품의 중국산 사용률 검사 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요미우리에 따르면 공업정보화부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업체인 CATL에 “해외공장 건설 등 대외투자 시 지분 100%를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제조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중국 단독 자본으로만 사업체를 구성하라는 의미다.

중국 정부가 자국산 전기차에 대한 부품 국산화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미국·유럽·일본 등에 대한 견제 의도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전기차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테슬라·퀄컴 등 미국 업체가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엔진 등을 제어하는 칩과 센서는 유럽의 인피니언·NXP 등이 강자로 꼽힌다. 여기에 전통적인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는 보쉬(독일), 덴소(일본), ZF(독일) 등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전장 업계의 한 관계자는 17일 “최근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반(反) 보조금 조사에 착수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전기차 부품 수입 제한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1차 타깃은 각종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유럽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中 전기차 외산부품 배제…국내기업 전방위 파장 전망





문제는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 등 국내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와 전장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일찌감치 점찍어두고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과 미국·EU 연합군의 갈등 사이에서 국내 기업들이 애꿎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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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삼성과 LG의 전자 계열사들은 반도체부터 디스플레이, 전기차 부품 등 전반적인 밸류체인에 걸쳐 전장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AP 및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에 매년 수조 원을 투입하고 있다. 차량용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PC 시장을 넘어서는 3대 응용처로 떠오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고부가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위해 2025년엔 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2026년에는 2㎚ 등 초미세 공정 도입 계획도 확정했다. 삼성전기(009150)는 전기차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생산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LG 역시 LG디스플레이(패널), LG이노텍(카메라모듈), LG마그나(파워트레인), LG전자(OS·인포테인먼트시스템) 등 주력 사업에서 전장용 사업 보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올해 상반기 LG전자의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에서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의 매출 비중은 처음으로 10%를 넘겼다.

이들의 주 무대는 주로 북미와 유럽 고객사지만 최근 들어 중국 전기차 시장과의 접점도 늘려왔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경우 지난달 중국 차량용 시스템온칩(SoC) 제조 업체인 세미드라이브와의 전략적 협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전기차 부품 규제를 본격화하면 국내 업체들로서는 일차적인 매출 저하가 불가피하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전기차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0%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중국 비야디(BYD)·상하이자동차·지리자동차 등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 5위 안에 드는 업체도 세 곳이나 포진해 있다.

완성차 업계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기아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올 11월 준중형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EV5을 중국에 출시할 예정이다. EV5는 중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첫 전용 전기차 모델이다. 내연기관 판매에서 고전 중인 현대차그룹은 기아의 EV5 출시를 반등의 모멘텀으로 삼을 계획이었지만 이번 조치로 최악의 경우 반도체 등 협력사들의 부품 공급망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EV5의 배터리는 중국 회사 제품으로 큰 문제가 없지만 반도체의 경우 현지에 진출한 한국 협력사 제품일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전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중국의 수입 제한 조치가 발동된 것은 아니지만 중국 현지 공장의 현지 생산 물량을 늘리는 방식 등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우리 기자·백주연 기자·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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