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이진아가 정규 3집 ‘도시의 속마음’을 발매했다. 정규 앨범으로는 2018년 발매한 ‘진아식당 풀 코스(Full Course)’ 이후 무려 5년 만이다. 이진아는 그만의 솔직하고 꾸밈없는 감성으로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1일 앨범 발매를 맞이해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서울경제스타와 만난 이진아는 신보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5년 만에 정규 앨범을 발매하게 돼서 너무 기쁘고 설레요.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실까 하는 두려움도 있고요. 그러나 기대도 되고, 이런 저런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2013년 정규 1집 '보이지 않는 것'으로 데뷔한 이진아는 다음해 방송한 ‘K팝 스타 시즌 4’에 출연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재즈에 다양한 팝 사운드를 접목한 정규 앨범 ‘진아식당 풀 코스’는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팝 음반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아울러 무신사, 덴티스테 등 브랜드 캠페인송 제작에 다수 참여했으며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의 음악 감독으로 나서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신보 ‘도시의 속마음’은 이러한 이진아가 작곡, 작사한 개성 있는 12곡이 수록됐다. 이진아가 사는 현실의 도시, 서울에서 영감을 얻었다. 타이틀곡은 ‘미스터리 빌리지(Mystery Village)’, ‘도시의 건물’ 두 곡이다.
“‘미스터리 빌리지’는 현실을 동화적으로 꾸며서 만든 곡이에요. 요새 핸드폰을 많이 보는 게 좋은 점도 있지만 안 좋은 점도 있으니 조심하자는 의미를 풀어냈죠. 세상에 있는 많은 가치관이 좋은 것도 있지만 안 좋은 가치관에 너무 휘둘리지는 말자는 메시지가 담긴 내용이에요. ‘도시의 건물’은 ‘미스터리 빌리지’보다는 현실적이에요. 제가 요새 건물을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건축이 주는 감상, 이미지를 음악으로 표현해본 노래예요. 두 곡은 ‘도시’로 연결돼 있어요. ‘미스터리 빌리지’는 상상 속 도시, ‘도시의 건물’은 현실 속 도시죠.”
‘미스터리 빌리지’는 특히 이진아의 위트가 많이 담겨 있는 곡이다. 이진아의 말에 따르면 새로운 코드 변주를 시도했다고. 음악성과 대중성을 함께 가져가기 위해 고민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곡이기도 하다.
“‘미스터리 빌리지’는 많이 도전적인 곡이에요. 보통의 곡들은 짜여진 틀이 있거든요. 그 틀을 굳이 따라가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미스터리 빌리지’를 듣다 보시면 ‘여기서 이렇게 전개된다고?’라고 느끼실 반짝이는 포인트가 몇 있을 거예요. 너무 쉽게만 가는 건 음악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조금 아쉽지만, 그러면서도 친절하고 싶은 마음, 음악이 너무 멀게만 느껴지지 않게끔 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해서 이런 노래가 나온 거 같아요. 확실히 저도 음악에 욕심이 있는 거 같아요, 하하.”
‘일기 같은 솔직한 음악’으로 사랑받는 그는 이번에도 솔직한 마음을 많이 드러냈다. 앨범에는 아기자기한 일상의 감성이 묻어난다. 일례로 수록곡 ‘미드나잇 딜리버리(Midnight Delivery)’는 야식에 대한 갈망을 귀엽게 풀어낸 연주곡이다. 이 곡의 가제는 더욱 직관적인 ‘야식 귀신’이었다고. 이진아의 순수하고 직관적인 성격이 돋보이는 일화다.
“저는 되게 소소한 사람이라, 어려운 건 잘 이해 못 하고, 쉬운 걸 좋아해요. 그래서 음악에 욕심이 있기도 하지만, 사실은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이 노래를 쉽게 들어주시길 바라요. 주제도 만질 수 있는 것들, 우리가 다 느껴봤던 걸로 하는 거라 좋아해 주신다고 생각하거든요. 곡이 어렵다면 제목이라도 쉽게 하고 싶고 그래요. 그래서 ‘야식 귀신’으로 하고 싶었는데, 앨범이 너무 ‘감성감성’해서 멋있게 영어로 달았어요, 하하.”
아이처럼 순수한 매력이 느껴지는 독특한 음색, 재즈 피아니스트로서의 실력, 편곡, 작사, 작곡까지. 이진아는 이미 완성형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다. 그렇기에 이번 앨범에서 더욱 눈에 띄는 요소가 있다. 화려한 협업 군단이다. 수록곡 ‘여행의 끝에서’는 스텔라 장이 피처링에 나섰고, ‘싱(Sing!)은 박문치와 이진아가 함께 작업했다. 마지막 트랙 ‘말’에는 연예기획사 안테나에서 한솥밥을 먹는 선배 가수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가 지원 사격에 나서 눈길을 끈다.
“제가 이번에 10년 차가 됐어요. 많이 쓰고, 많이 냈죠. 사실 저는 원래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렇지만 곡을 쓰며 기록을 남기고 싶었고 그렇게 가수 활동을 시작하게 됐죠. 지금은 꼭 내 목소리로 다 채워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듣는 분을 생각하면 더 그렇죠.”
“이효리, 이상순 님은 예전에 편곡 작업으로 한 번 만난 적이 있어요. 또 제가 이번 앨범 뮤직비디오를 제주도에 가서 찍었거든요. 그때 효리 선배님이 벼룩 시장을 한다고 해서 놀러간 적이 있었죠. 최근에 만난 분이라 피처링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더욱 떠오른 것 같기도 해요. 그렇지만 ‘내가 감히’라는 생각으로 망설였거든요. 그때 정말 신기하게, 효리 선배님이 제 SNS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노래다’라고 댓글을 남겨 주신 거예요. 그걸 보고 용기를 얻어서 장문의 메시지를 드렸고, 흔쾌히 허락하셔서 그 주에 바로 제주도로 가 녹음을 받아 왔죠. ‘말’은 정말 따뜻한 노래예요. 함께 말하듯이 불러서 듣는 분들이 더 와닿으실 거 같아요. 원래 저는 피아노만 치려고 했는데, 상순 선배님이 기타도 따뜻하게 쳐 주셨어요.”
수록곡 ‘잠결의 슬픔’에는 첼리스트 홍진호와 함께 작업했다. 그는 재즈 음악 필드에서 수준급의 연주자로 인정받는 것은 물론, 최근 밴드 호피폴라로도 활동한 이력이 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효리와 이상순의 피처링 참여 이상으로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홍진호 님이 3년 전 쯤 앨범을 낼 때 제가 같이 작업했었거든요. 그때 홍진호 님이 저에게 곡을 써달라고 부탁하셔서 ‘액자’라는 노래를 드렸죠. 이후로도 진호 님을 방송에서 뵈고 대화를 나눴는데 말도 잘 통하고 음악적으로도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게 많을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첼로라는 악기를 동경하기도 하고요. 같이 하게 돼서 기뻐요.”
일상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앨범인 만큼, ‘내 이야기’ 같은 친근함과 따뜻함을 느끼길 바란다고 이진아는 바랐다. 아울러 본인에게도 스스로에게 채찍보다는 당근을 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옛날 일기장을 봤는데, 제가 생각하는 방식이 안 바뀌었더라고요. 맨날 열심히 해야지 자책하고... 이제는 잘 살아온 것 같다고 칭찬해주고 싶고, 토닥토닥해 주고 싶어요. 부담을 내려놓고 하루하루 선물처럼 살고 싶어요. 대중들에게 바라는 바람도 크지 않아요. 단순하게는 힘이 난다, 기분 좋다, 이런 말도 좋고, 제가 느끼는 감정을 대중도 내 이야기처럼 느껴주신다면 기분 좋을 거 같아요.”
그는 이번 앨범 발매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생애 첫 음감회를 열고 팬들을 만났다. 이후 다음달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백주년기념관에서 단독 공연 ‘도시의 속마음’을 연다. 올해 공연을 마친 뒤에는 ‘열일’이 예약돼 있다.
“올해의 목표가 앨범을 내고 공연하는 것이었어요. 단독 공연을 가장 큰 목표로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 중이에요. 공연을 끝내면 조금 놀고 싶기도 한데... 앨범을 내느라 돈을 많이 썼기 때문에 일을 해야 할 거 같아요, 하하. 드라마. 영화 음악, 가요도 만들고, 광고 음악도 만들고... 다 환영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 할 준비가 됐어요.”
이진아의 정규 3집 ‘도시의 속마음’은 지난 13일 발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