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아이폰 금지령'이 확산되며 주가 하락을 겪는 애플이 이번에는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머리 땋은 사람' 사진 때문에 중국 내의 여론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인들이 “변발을 희화화한 것”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18일 관찰자망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전날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는 '애플 중국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땋은 머리 이미지를 어떻게 봐야 하나'라는 해시태그가 인기 검색어로 떠올랐다.
논란이 된 사진은 애플워치 '전문가 1대1 쇼핑' 안내 메뉴에 게시됐다. 애플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활짝 웃는 사람의 모습이다.
이 사진은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 일본 애플 홈페이지에서도 첫 페이지에 걸려 있으며, 사진 속 인물은 중국인이 아니라 미국 인디언인 애플 직원이라고 봉황망(鳳凰網) 등 매체들은 전했다.
그러나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위주로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청나라의 변발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이 변발은 우리가 100년 전 이미 잘라버린 것인데 아직 우리를 모욕하려 한다"며 "꿍꿍이가 무엇인가"라고 성토했다. 반면 "너무 민감할 필요 없다"며 "청나라는 이미 망했고 우리는 문화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파열음이 계속 일어나자 애플 고객센터는 "피드백을 접수했고 매우 중시하고 있다"며 "공식 홈페이지의 이후 반응을 봐달라"고 밝혔다고 관찰자망은 전했다.
중국의 대표적 관변 언론인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장도 이에 관해 언급했다. 후 전 총편집장은 웨이보를 통해 "일부 중국인은 서방의 '중국 모욕' 문제에 매우 예민한데 여기엔 실제 역사와 문화적 원인이 있다"며 "현재 중미 관계가 긴장돼 있고 중국과 서방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아 미국·서방 기업은 제품을 선전할 때 중국인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미지를 최대한 쓰지 말아야 한다"고 훈계했다.
그는 "중국인은 과거의 경험과 슬픔 속에 있어서는 안 되고 민족 존엄을 지키면서 명백한 악의적 도발을 저지해야 한다"며 "그러면서도 우리는 스스로의 민감함을 방임해서는 안 된다"고 권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영 중국중앙TV(CCTV)의 미국 특파원인 한펑은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인종차별에 대해 당신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상대방은 그런 게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길 것"이라며 "애플의 이 사진은 서방 사람들이 우리의 가는 눈이나 땋은 머리 등 중국을 모욕하는 부호에 딱 들어맞는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최근 신제품 '아이폰15'와 '애플워치9' 시리즈를 출시했지만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아이폰 금지령이라는 악재를 마주쳤다.
중국 외교부는 13일 "중국은 애플 등 외국 브랜드 휴대전화의 구매·사용을 금지하는 법률·법규와 정책 문건을 내놓지 않았다"며 정부 차원의 아이폰 금지령 발령설을 공식 부인했지만 각급 기관과 기업이 국산품 애용과 보안 강화 기조 속에 외국산 휴대전화를 못 쓰게 하고 있다는 정황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