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유령’. 한화오션(042660) 특수선 사업부의 목표다.
15일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한화오션 시흥R&D 캠퍼스에서는 집채 만한 대형 수조 3개가 밤낮 없이 가동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박진원 한화오션 함정성능연구팀 책임은 “글로벌 함정 시장에서 미래 한화오션이 진입할 수 있는 시장규모는 1300조 원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이중 325조 원에 달하는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우선 강점이 있는 잠수함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목표는 저진동·저소음으로 세계 최고 명성을 자랑하는 일본 잠수함을 잡기 위해서다. 시흥R&D캠퍼스에서 눈에 띈 것은 건물 3층 높이의 대형 음향수조였다. 가로 23m, 세로 15m, 깊이는 10m에 달한다. 외부 소음과 진동을 차단하기 위해서 수조벽 두께만 1m에 달한다. 벽 마감재를 오돌토돌하게 만들어 음파가 실제 바다처럼 산란되게 설계됐다. 국내 조선업계 중 유일하게 갖추고 있는 음향수조는 ‘가장 은밀하고 조용한 함정’을 만들기 위한 실험을 반복하고 있다.
음향수조에서는 소음 저감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성능 검증을 했다. 한화오션이 강점이 있는 잠수함 분야는 적에게 발각되지 않게 수중 소음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화오션은 이 수조에서 거리와 수심 변수를 조정하면서 개발하고 있는 신형 함정의 수중 방사 소음이 얼마나 저감 되는지 확인했다. 이 같은 연구개발 끝에 한화오션은 잠수함에 들어가는 음향측심기, 음탐기 비콘, 발사형 수중환경측정기 등의 음향 장비 국산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근처에 있는 공동 수조 연구실은 세계 상업용 공동수조 중 가장 크다. 길이 62m, 높이 21m를 자랑한다. 3600톤의 물을 순환해 초당 최대 15m의 유속도 만들 수 있다. 이 공동 수조에서는 함정 프로펠러가 만드는 공동 현상을 재현해 추진력이 좋으면서 정숙성이 있는 최신 함정을 연구하는 곳이다. 이 뿐 아니다. 담수량 3만 3600톤의 예인수조에서는 모형선을 예인차로 끌면서 선박의 운동 성능을 검증하고 있었다. 수심도 조절해 물에 뜨는 상선과 물 속 잠수함까지 다양한 선박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
시흥R&D캠퍼스의 또 다른 개발 화두는 함정 무인화다. 전 세계 각국의 해군은 최근 승조원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잠수함의 경우 승조원이 부족해 일부 국가는 최소 인력으로 운용 가능한 함정을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강중규 중앙연구원장은 “최근 발표한 2조 원 규모 유상증자를 하면 이중 6000억 원을 투자해 무인완전자율운항선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연구소 한 편에는 레벨4 수준의 완전자율운항이 가능한 스마트십 연구에 한창이었다. 이날 자율운항 전용 시험선 한비(HAN-V)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자율운항 관제센터도 공개됐다. 관제센터에서는 해상에서 자율운항하고 있는 소형 보트 모습도 시연되고 있었다. 이 자율운항 보트는 선원 없이 자유롭게 다른 선박을 회피하고 모니터에서 지형지물과 해상 선박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수행했다.
자율운항 기술이 개발되면 연료 소모도 유인 함정 대비 5% 가량 감소될 것으로 한화오션을 평가한다. 한화오션은 내년 태평양을 횡단하는 상선에 이 무인자율운항 시스템을 처음으로 시험할 계획이다.
한화오션이 시흥R&D캠퍼스를 함정 연구소로 힘을 주고 있는 것은 최근 전 세계에서 잠수함 소요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화오션은 폴란드와 캐나다 잠수함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잠수함 최대 강국인 일본 조선소도 이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화오션 역시 글로벌 군 당국이 요구하고 있는 정숙성과 무인화 등 한 단계 발전된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강 연구원장은 “2조 원을 살뜰하게 투자해 멋진 회사로 만들어보겠다”며 “그런 회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산실이 바로 이곳 시흥R&D캠퍼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