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4일 대법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학부모가 수업 방해 학생을 훈육하기 위해 이름을 칠판에 붙이고 청소 벌칙을 준 교사를 교체해달라고 반복적으로 요구한 행위는 교권 침해’라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국회는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교권 보호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교사에게 ‘생활지도권’을 부여한 초중등교육법이 6월 28일부터 시행됐고 이달부터는 수업 방해 등 문제 행동 학생에 대해 교사가 조언, 훈육·훈계, 교실 분리 조치 등을 할 수 있도록 ‘생활지도 고시’도 시행됐다.
교원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고시에 따라 생활지도를 하면 정말 보호받을 수 있을까 우려도 교차한다. 생활지도권 보장이 학부모의 민원, 소송 제기 자유까지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권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판례’가 쌓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 생활지도 고시 시행 이후 처음 나온 이번 판결은 의미가 남다르다. 대법원은 ‘교사가 전문적이고 광범위한 재량이 존재하는 영역인 학생 교육과정에서 한 판단과 교육활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돼야 한다’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의견 제시도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무분별한 악성 민원에 경종을 울리고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출발점으로서 의미가 크다. 초중등교육법상 부여된 생활지도권을 사법적으로 뒷받침하는 명시적 선언이기도 하다.
다만 교원과 학부모를 대립 관계로 오해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아이들 모두의 학습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교원과 학부모가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재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무분별한 담임 교체 요구는 아이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민원과 소송에 시달리는 교원이 오롯이 수업에 집중할 수는 없다. 하루아침에 담임이 바뀐 많은 학생들이 학습을 제대로 이어가기는 더 어렵다.
이제 의미 있는 첫 판결이 나왔을 뿐이다. 교총이 접수·심의·지원하는 교권 침해 소송 건만도 매년 100여 건에 달한다. 싸우는 아이를 붙잡아 제지했다고 신체 학대 신고, 학생에게 간식을 사줬더니 거지 취급했다고 아동학대 신고, 수업 중 학교 밖으로 무단이탈한 아이를 꾸짖었다고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는 등 억울한 사연이 대부분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신호탄으로 ‘교권 보호 판결’이 더 이어지기를 바란다.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려는 교원들의 헌신과 열정이 인정받는 판례가 차곡차곡 쌓이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교원들이 소신과 열정으로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깨어 있는 수업이 가능한 교실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