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내무부가 2026년까지 자국 5세대(5G) 이동통신망에서 화웨이·ZTE 등 중국 업체의 장비를 단계적으로 퇴출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1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이 2026년 1월 1일부로 핵심 5G 장비에서 화웨이와 ZTE가 생산한 장비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방침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도이체텔레콤·보다폰 등 독일 내에서 영업 중인 통신사들은 새로 설치하는 장비는 물론 이미 설치된 장비에서도 중국 제품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 독일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베를린 등 민감한 지역에서는 중국산 기술을 활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네트워크 접속·전송 장비는 부분적으로 중국산 제품을 쓸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이번 결정은 독일 통신장비가 상당 부분 중국에 의존한다는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독일 컨설팅사 스트란트의 조사 결과를 보면 독일 5G 네트워크 장비의 59%를 화웨이가 점유하고 있다.
독일 내무부는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과한 의존이 에너지 위기를 촉발했던 경험이 있다”며 “비슷한 일을 피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치로 중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미 유럽연합(EU)과 중국이 무역 분야에서 전기차 보조금 문제로 긴장 관계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이를 더 고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막대한 전기차 산업 보조금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며 “적나라한 보호무역주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3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값싼 중국산 전기차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반보조금 조사를 전격 선언한 바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수입관세 부과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 다만 이에 자극을 받은 중국이 유럽산 전기차의 자국 내 수입제한 등 보복 조치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경우 지난해 중국에서 460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한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