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기업간거래(B2B) 소프트웨어(SW) 유니콘 기업이자 기업용 채팅 플랫폼 글로벌 1위 사업자인 센드버드가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와 같은 신기술 발전에 대응하는 동시에 코로나19 엔데믹과 맞물려 장기화하는 경기침체를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외부 투자를 바탕으로 빠른 성장에 초점을 맞춘 기존 경영 전략을 일부 수정하고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센드버드는 최근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인력 감원을 단행했다. 감원 규모는 20%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센드버드는 한국과 미국 캘리포니아, 싱가포르, 영국 런던 등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총 3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센드버드는 기업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어서 대중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B2B 채팅 서비스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지켜온 건실한 기업이다. 매달 3억 명 이상이 센드버드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들이 달마다 생성하는 채팅 개수도 60억 개에 이른다.
2013년 설립된 센드버드는 국내 12번째 유니콘 스타트업이다. 특히 국내 업계가 약세를 보이는 B2B SW기업으로는 국내 첫 유니콘에 등극하면서 상징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다. 오픈AI의 최고경영자인 샘 올트먼이 설립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의 컨설팅 프로그램 등을 거치면서 규모를 키웠다. 2021년 시리즈C 투자 라운드에서 기업 가치 1조 7025억 원을 인정받으며 유니콘으로 도약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인 소프트뱅크비전펀드(비전펀드) 투자를 쿠팡에 이어 두번째로 받아 주목받았다.
승승장구하던 행보에 제동을 건 것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지속돼 온 글로벌 고금리 기조와 이와 맞물린 경기침체다. 기업 대상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하는 곳은 모두 기업 수요 위축에 취약하지만 특히 센드버드처럼 B2B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sS)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우면 가장 먼저 줄이는 게 SaaS 같은 SW 인프라 투자"라면서 “매달 청구되는 구독료를 끊고 이를 내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면서 국내 SW 업체들도 매출 감소에 따른 긴축 경영을 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감원은 우선적으로 고정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투자 가뭄에 대비해 장기적으로는 경영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기술 스타트업들은 벤처 투자와 같은 외부 자본을 엔진 삼아 외형을 확장하고 성장 속도를 높이는 데 치중해왔다. 인프라 확장과 고급 인재 확보에 과감히 투자한 뒤 이를 추진력 삼아 흑자전환을 노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불황으로 돈줄이 마르고,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이러한 성장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센드버드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세가 된 생성형 AI 기반 신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외부 투자·경영 환경 변화에 견고한 자생 사업 기반을 갖추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