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국내 시장 안정을 이유로 디젤(경유)과 휘발유 수출을 일시 제한하기로 했다. 러시아가 주요 디젤 수출국임을 고려할 때 이번 수출제한 조치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디젤 및 휘발유 수출제한 방침을 알리며 “일시 (수출) 제한은 연료 시장을 안정시킬 것이고 이는 결국 소비자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가 서명한 법령에 따르면 수출제한 조치는 이날부터 적용되며 별도의 기한은 정해지지 않았다.
또 러시아는 일부 무역 동맹국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포함한 경미한 공급에 한해서는 수출을 허용할 방침이다.
러시아의 결정은 디젤·휘발유 가격이 자국의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의 소매 디젤·휘발유 가격은 연초부터 이달 18일까지 9.4%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4%)을 두 배 이상 상회했다. 통신은 “자동차 연료 가격의 상승세는 내년 3월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잠재적인 골칫거리”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 러시아는 최근 들어 석유 제품 수출을 줄여 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가 수출한 디젤은 하루 평균 약 6만 3000톤이었다. 이는 8월 평균 수출량 대비 31% 적은 양이다.
통신은 “이번 조치가 전세계 디젤 시장의 공급 부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며 북서부 유럽 디젤 벤치마크 선물 가격이 배럴당 35달러로 급등했다고 전했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감산 정책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한 후 국제유가는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브렌트유는 19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95달러를 넘은 데 이어 20일에도 93.53달러에 거래됐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