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동안 교제한 끝에 결혼까지 약속한 여자친구가 계약직 공무원이 아닌 술 시중을 드는 호프집 직원이었다는 사실에 격분해 살해한 50대 남성이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박정호)는 지난 24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51)에게 이와 같이 선고했다. 아울러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것도 명령했다.
A씨는 2022년 12월 새벽 잠이 든 여자친구 B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숨진 여자친구와 2008년께부터 결혼을 전제로 만나왔다.
당초 A씨는 B씨가 동사무소와 시청에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여자친구가 실제로는 호프집에서 남성 손님들의 술 시중을 드는 일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다.
A씨는 B씨와 술을 마시던 중 이 문제로 말다툼을 했고 B씨가 잠이 들자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A씨는 “여자친구로부터 종교적인 얘기를 들은 후 환각과 환청이 들렸다”며 “사건 범행 당시 여자친구가 자신을 해하려하는 무리와 함께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사실에 공포감에 질린 상태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라는 환청을 듣고 살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행 경위와 방법, 정신감정 결과에 비춰봤을 때 범행 당시 A씨가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누워있는 피해자를 수차례 강하게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는 점에서 살해 고의가 매우 확정적”이라며 “인간의 생명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존귀한 가치를 침해하는 것은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