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李 옥중공천은 피했지만 ‘사법 리스크’ 여전…계파 갈등 거세질수도

민주 "사필귀정"이라지만 법원선 혐의 일부 소명돼

곧장 입원한 李…당분간 홍익표 대행 체제로 운영

친명계 한숨 돌렸지만 총선 주도권 샅바싸움 준비

‘사법 리스크’ 현재진행형…비명계, 李리더십 공격

통합기구냐 비대위냐…최악의 경우 분당 가능성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헌정사 최초의 제1야당 대표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피했다. 민주당측은 이에 대해 권칠승 수석대변인 명의로 “사필귀정”이라며 “정권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또한 “왜곡·조작 수사는 법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며 “있지도 않은 사법리스크를 들먹이며,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방탄’의 딱지를 붙이기에 여념이 없었던 국민의 힘도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민주당으로선 여전히 이 대표 관련 ‘사법리스크’를 떨치기 힘들게 됐다.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이 대표에게 제기된 범죄 혐의 중 일부가 인정(소명)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앞으로 당권 및 내년도 총선의 공천을 놓고 민주당 내 친명계 및 비명계간 내홍이 가라앉기는 쉽지않아 보인다. 특히 이 대표가 당권을 놓지 않고 공천권을 직·간접적으로 휘두를 경우 비명계로서도 극한 대립각을 세울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일부가 탈당해 분당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정치권은 내다봤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이날 기각되면서 이 대표도 ‘자유의 몸’이 됐지만 당장 당무에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주 넘게 장기간 이어진 단식으로 정상 업무가 가능한 건강 상태를 만들기 위해선 수일이 걸릴 것이라는 게 민주당 측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서울중앙지방법원에도 지팡이에 의지한 채 겨우 출석했다. 점심 식사도 병원 측에서 준비한 미음으로 대체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구속영장 기각 소식이 전해지자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곧바로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이동해 재입원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지금 이 대표의 다리 근육이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다”며 “정신력 하나로 지팡이를 짚고 법원에 입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법원 내부에선 휠체어 등의 이동장치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건강을 회복하는 동안 전날(26일) 선출된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비롯한 당무를 이끌 예정이다. 친명계의 지원을 받고 당선된 홍 원내대표이지만 지난 대선 경선 당시에는 ‘이낙연 캠프’에 몸을 담은 적도 있어 비명계를 아우를 여지는 남아 있다. 그는 GT(김근태)계를 주축으로 구성된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대표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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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원내대표는 친명계 중에선 비교적 중도적인 인물로 평가 받아 비명계와의 갈등을 완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다만. 친명계는 강성 인물들이 주도하고 있고, 그 배후에는 이 대표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홍 원내대표가 비명계에 대해 취할 수 있는 협상의 폭에는 한계가 뚜렷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결국은 이 대표의 지침 내에서 운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홍 원내대표는 조만간 입원 중인 이 대표를 찾아가 정기국회 및 예산안 정국 운영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가 박광온 전임 원내대표에게 약속한 ‘통합적 당 운영 기구’ 출범을 제안할 지 여부가 당내 갈등의 향방을 가늠할 시금석이될 전망이다.

홍 원내대표가 계파 통합 행보를 보일 경우 친명계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에 따를지도 변수다. 친명계는 앞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의 국회 표결 과정에서 가결표를 던진 일부 비명계 의원이 누군지 색출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할 정도로 격앙돼 있다. 사실상 비명계에 대한 공천학살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비명계의 반발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일부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가결로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만큼 지도부 교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 직후였던 지난 21일 열린 의원총회에선 “왜 박광온 원내지도부만 사퇴하느냐.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도 총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조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다. 민주당 당헌·당규 상으로는 궐위된 당대표 임기가 8개월 넘게 남을 경우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 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8월이기 때문에 사퇴하더라도 친명계인 홍익표 원내대표가 당대표를 대행하는 체제로 최소 2~3개월을 지낸 뒤에다 비대위로 전환하거나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하는 시나리오가 당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비대위의 주도권을 어느 계파가 잡을 것인지, 혹은 통합 비대위를 꾸릴 것인지에 따라 운영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대표가 그동안 당권 유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만큼 ‘비대위로의 전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이 대표가 앞으로 재판에 수시로 출석해 자신의 무협의 입증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온전히 당무를 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더구나 검찰이 또 다른 혐의로 이 대표에 대한 세 번째 구속영장 청구를 시도하게 된다면 이 대표 사퇴론이 한층 거세질 수 있다. .

정상훈 기자·박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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