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9일과 20일 열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는 야당의 ‘세수펑크’질의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결손의 원인을 따지는 한편, 야당이 주장하는 추가경정예산안 없이 기금 여유재원으로 결손을 메우겠다는 정부 입장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은 ‘추경은 없다’는 기재부 방침이 결국 국회 예산심의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현행법 위반이라는 점을 부각할 예정이다. 정의당은 대규모 세수결손 책임을 물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는 다음달 19일 경제·재정정책(세종), 20일 조세정책(국회) 분야로 각각 나눠 실시된다. 국세청 국정감사는 같은달 10일 국회에서 서울·중부·인천지방국세청과 합동으로 실시된다. 이어 12일에는 정부대전청사에서 관세청과 조달청, 통계청에 대한 국감을 연다. 한국은행 및 지방 국세청 국감을 이어가는 기재위는 26~27일 국회에서 종합국감을 마지막으로 윤석열 정부 2년차 국정감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기재부와 국세청 국감을 달굴 최대 이슈는 세수펑크로 요약된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2023 국정감사 이슈 보고서'에서 "세수추계 오차는 추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으나,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추계로 인해 발생하는 큰 규모의 오차는 재정운용상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기재부가 발표한 ‘2023년 세수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세 수입은 예산 편성 시 전망한 400조 5000억 원에서 59조 1000억 원이 부족한 341조 4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예상 세수 추계 오차율은 14.8%에 이른다. 세수 결손 기준으로 역대 최대 오차율인데 실질 세수를 기반으로 계산하면 오차율은 17.3%까지 치솟아 역대 최대 세수 펑크를 기록하게 됐다. 2000년 이후 세수결손액이 가장 많았던 적은 2009년 15조1000억원이었다.
세수 결손에 야당은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재정 역할을 확대하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정부 여당은 일축하고 있다. 대신 환율 안정에 사용되는 외국환평형기금을 비롯한 여유 기금에서 24조 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끌어와 일반회계로 전환해 세수 부족분을 메우겠다는 복안이다. 공자기금은 여유 있는 기금에서 재원을 빌려 재원이 부족한 기금에 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한다. 올해 공자기금 지출 153조 4000억 원의 최대 20%인 30조 원까지 국회 의결 없이 일반회계에 투입할 수 있다. 이어 지난해 예산을 집행하고 남은 세계잉여금(4조 원)과 올해 예산 집행이 안 되고 남은 불용 자금을 활용할 방침이다. 지난해 기준 불용액은 7조 9000억 원이었다. 이럴 경우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명목으로 지방에 내려보내는 24조 원가량을 제외한 중앙정부 세수 결손분 35조 원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야당은 국감 전부터 추가적인 국채 발행 없이 외평기금을 사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강하게 비판을 하고 나섰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인 김성주 의원은 기재부 방침과 관련해 "국회 예산심의권을 침해하고 현행법 위반 논란이 있는 방안"이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방교부금 감액과 관련해서도 김 의원은 "중앙정부의 잘못을 지방에 떠넘기는 아주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또 "외국환 거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설치한 외평기금을 세수결손에 따른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안이 될 수 있다"며 "기금의 24조 원 여유재원을 활용할 경우 훗날 원금과 함께 4800억 원으로 예상되는 이자를 기금에 지불해야 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세금 낭비가 된다"고도 말했다.
정의당도 가세했다. 역대급 세수결손에 대해 추경호 부총리 등 현 정부의 경제사령탑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까지 직격을 가했다. 김용신 정의당 정책위의장과 기재위 소속 장혜영 의원은 일찌감치 "세금을 깎아주면서 재정건전성을 말하는 모순적인 윤석열 정부는 재정건전성 확보마저도 실패했다"고 쏘아붙였다. 또 "상반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83조 원으로 문재인 정부 평균보다도 크고 내년도 세입예산에서는 정부 스스로 세운 재정준칙 원칙인 관리재정수지 적자 3%를 포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번 국감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를 앞둔 일종의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여야의 창과 방패 대결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내년 예산 총지출 증가율을 6% 이상으로 재조정하지 않으면 정부 예산안을 정상 심사할 수 없다'며 2.8%증가율을 내세운 정부 방침에 총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방패논리도 만만치 않다. 400조 원 이상의 국가부채를 쌓은 전임 정권에 무능을 부각해 야당 공세를 국감 초반부터 꺾어 예산국회까지 논란을 이어가지 않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