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무슬림 인구가 19억 명을 넘어선 가운데 2조 달러(271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할랄 시장도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할랄이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이 먹고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뜻한다. 할랄의 범위가 식품을 넘어서 정수기·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며 무슬림 인구가 많은 동남아시아로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현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할랄 인증을 받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의 약 60% 이상이 무슬림인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코웨이(021240)와 SK매직은 현지 정수기 제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고 있다. 코웨이는 2010년 정수기 업계 최초로 말레이시아 정부 공인 할랄 인증인 ‘자킴(JAKIM)’을 획득했다. SK매직도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2018년부터 할랄 인증을 받기 시작했으며 현재 정수기와 필터를 대상으로 자킴 인증을 받고 있다.
할랄 인증은 외국 기업이 이슬람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갖춰야 할 요건 가운데 하나지만 의무는 아니다. 하지만 현지의 종교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고객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국내 기업은 앞장서서 할랄 인증을 획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3년 전 말레이시아에서 가축의 뼈가 함유된 정수기 필터가 유통돼 돼지고기를 금기시하는 이슬람 사회에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며 “말레이시아에서 정수기 필터에 대한 할랄 심사를 까다롭게 진행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수기를 통해 마시는 물도 식품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제품에 대한 할랄 인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할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말레이시아는 9년 연속 이슬람 경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구 절반 이상이 무슬림인 만큼 할랄 관련 정책을 비롯해 법규, 인증 제도 등 인프라를 구축해 할랄 금융·화장품·제약 분야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정부에서 ‘할랄 산업 마스터플랜 2030’을 기반으로 말레이시아를 글로벌 할랄 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 지속하고 있는 만큼 말레이시아의 할랄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할랄 제품이 더 이상 식품에 한정되지 않고 의약품, 의료장비, 화장품 등으로 확대됨과 더불어 물류, 포장, 마케팅, 여행 등 서비스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할랄 인증은 무슬림을 비롯한 일반 소비자의 제품 신뢰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수기 업계 관계자는 “할랄 인증이 말레이시아 현지에 거주하는 중국계 및 인도계 소비자에게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코스맥스(192820)는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무이 할랄 심사원(LPPOM MUI) 주최로 열린 ‘할랄 어워드 2023’ 에서 ‘할랄 시스템 시행 우수 기업’ 화장품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 가운데 할랄 어워드에서 상을 받은 것은 코스맥스가 처음이다.
무이 할랄 심사원은 인도네시아 무슬림협의회(MUI) 산하 식품·의약품·화장품 할랄 인증 심사원으로 말레이시아의 자킴, 싱가포르의 무이스(MUIS)와 더불어 세계 3대 할랄 인증 기관으로 꼽힌다. 2016년 2월 무이 할랄 인증을 획득한 코스맥스인도네시아는 현지에 판매하는 모든 제품을 할랄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현재까지 등록한 누적 할랄 제품 수는 2380여 개로 인도네시아 내 화장품 부문에서 가장 많은 등록 수를 자랑한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이번 최우수상 수상은 코스맥스의 현지화 전략 및 할랄 뷰티 연구개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앞으로도 인도네시아 자생식물을 활용한 혁신 소재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글로벌 할랄 시장에서 K뷰티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