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여야 극한 대립에 발목 잡힌 '실손 청구 간소화'…"내달 국회가 마지막 기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본회의가 파행되면서 또 발목이 잡혔다. 다음 본회의가 11월에 열릴 예정이지만 여·야가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정상적으로 처리될 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 단체에서는 조속한 국회 통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보험업계에서는 실손청구 간소화가 이뤄지면 보험업은 물론 의료계와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편익 또한 적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열릴 예정이었던 국회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실손 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의 의결도 미뤄지게 됐다.

지난달 초 여야는 정기국회 일정을 합의하면서 본회의를 9월 21일과 25일에 개최하기로 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재논의를 요구하면서 21일에서야 법사위에서 통과돼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이후 25일 열리기로 한 본회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 동의안 가격 후폭풍으로 개의가 연기됐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가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에 대해 개선을 권고한 이후 의료계의 반대에 막혀 14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달 열린 두 차례 본회의에서도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보험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도 기대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에 통과되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까지 관심 밖에 놓일 테고, 총선 이후에는 새로 당선된 의원들을 대상으로 처음부터 다시 설득을 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 만큼 법안 통과는 더 요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병원이 환자 진료내역 등을 전자문서 형태로 제3의 중개기관을 거쳐 보험사에 보내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가 보험금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험금 청구 시 그동안 환자가 직접 보험사에 제출해 온 종이서류를 병원과 제3의 중개기관이 전자서류로 보험사에 자동적으로 전송하는 것으로 보험업계는 소비자와 의료계, 보험업계의 편익이 모두 증대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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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소비자 입장에서는 번거로운 청구절차로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줄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소액 실손 보험금 청구의 경우 상당수 보험가입자가 서류 발금을 위한 병원 방문이 귀찮고 시간이 없어 청구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가 2021년 만 20세 이상 실손보험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답변한 비율이 47.2%로 절반에 육박했다. 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청구되지 않은 실손보험금은 각각 2559억 원, 2512억 원으로 추정된다.

병원 입장에서는 대량의 종이문서가 생산되면서 업무부담이 크게 늘어 본연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할 수 있다. 보험금 청구와 관련된 사무가 줄어들면 병원 입장에서도 자원과 인력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실손 청구 간소화 추진 이전부터 병원들이 개별 보험사와 전산화를 추진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보험사들은 종이문서를 받아서 심사하고 전산 입력한 뒤 보관해야 하는 비효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 본회의 일정이 남아있는 만큼 보험업계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관련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 역시 적지 않다. 우선 환자의 진료 내역 등 정보를 받아 보험사에 보내는 전송대행기관 선정부터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 전송대행기관으로 거론되는 곳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보험개발원이다. 애초 심평원이 유력하게 떠올랐지만 의료계에서 비급여 정보가 평가기관인 심평원에 들어가면 환자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며 반대해 최근에는 보험개발원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만큼 선정 과정 역시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했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여전하다는 점도 문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의료계가 바로 법이 통과됐다고 바로 수긍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인프라 구축 등도 큰 일이지만 앞으로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 지가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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