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면서 방방곡곡에서 지역 축제가 열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관광객의 발길을 지역으로 유인해 내수를 활성화시키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강원도 정선군 민둥산은빛억새축제가 지난달 22일 개막해 11월 5일까지 열린다. 민둥산은 전국 5대 억새 군락지 중 하나로 66만여 ㎡에 달하는 능선에 억새가 뒤덮인 것으로 유명하다. 억새는 3~4월 파란빛을 띠다가 6~7월 보랏빛, 10월부터 은빛을 띤다. 나무 없이 억새만 있던 산이 이색 풍경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매년 가을 민둥산을 찾는 관광객만 40만 명에 이른다. 실제로 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민둥산을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검색한 양이 지난해 내내 300건을 밑돌다가 10월에만 3716건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전제민 민둥산은빛억새축제위원장은 “올해 28회째를 맞는 축제로 ‘돌리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명해지면서 2~3년 전부터 사람들이 많이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라남도 광주는 올해 20회를 맞는 ‘추억의 충장축제’를 알리는 데 적극적이다. 축제는 5일부터 9일까지 금남로·충장로·예술의거리·5·18민주광장 등에서 열린다. 광주 구도심의 상권 회복을 위해 2004년 처음 개최됐다. 7080 시간 여행을 테마로 화제를 모았다. 올해 축제의 드레스코드가 교복·청패션으로 정해진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버스킹 월드컵을 열고 우승자에게 총 1억 원의 상금을 제공한다. 올해 이 월드컵에는 세계 21개국 64개 팀이 참가했다. 이외에 금산 세계인삼축제(6~15일), 독일마을맥주축제(6~8일) 등 전국에서 지역 축제가 잇따라 열린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여행보다 해외여행 수요가 높고 물가에 따른 비용 부담도 커 지역 축제가 흥행할 수 있을지 기대 반 우려 반인 분위기다. 앞서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초 지난해 문화관광축제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2023년은 경기 침체,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지역 축제에 방문객을 유치하는 데 다소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예측한 바 있다.
여기에 지역 축제에서 먹거리를 상대적으로 비싸게 판매해온 점도 지역 축제의 흥행을 막는 요인이다. 올해 3월 경남 진해 벚꽃축제에서 5만 원짜리 바비큐를 시작으로 6월 전북 남원 춘향제와 함평 나비축제 등에서 양이 적고 부실한 음식이 고가에 판매돼 논란이 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손잡고 착한 가격의 문화관광축제를 만들기 위해 먹거리 개선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역 축제의 한 관계자는 “바가지 가격 논란이 이슈가 되면서 개별 지역에서 애초에 계약할 때 가격 등을 사전 협의해 진행하고 있다”며 “바가지 걱정 없이 지역 축제가 지역 관광으로 이어지도록 문체부에서도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